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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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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10화 도쿠가와 요시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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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나타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며칠 전 박계장님의 대화에 의하면...

"그 전습대가 역사를 연구하는 뭐 리인액트먼트... 그런 단체라메?"
"예 뭐 일단은 그렇게 해 두려구요."
"꼭 그거 아니면 안되나?"
"그런데 이게 뭐라고 해야 하나..."(속닥속닥)

진의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어차피 전업으로 활동하는 무장조직이라 할 지라도, 구시가지에 뿌리내린 중국인 조직들에게는 구식무기로는 대항하기가 어렵다. 확실한 무력의 차이가 있어야 되는데, 결국 그게 총밖에 방도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하지만 아무리 좀비사태 이후로 도검류를 해방하고 일부 총기류의 소지도 완화한 한국이었지만, 말이 완화지 사실상 그 수준은 화승총, 조총 같은 거나 허용한 거나 다름없었다. 산탄총의 경우는 사실 예나 지금이나 똑같고, 단일 탄환을 사용하는 총기류를 허용하긴 했는데, 사실상 현대 소총은 절대 쓸 수가 없었다. 구체적인 규제를 들자면 이렇다.

1.금속 탄피 금지.
2.탄피와 뇌관 일체화 금지.
3.공이치기(센터파이어, 림파이어 전부) 격발방식 금지.
4.탄창 금지. 2발 이상 한번에 삽탄되면 안됨.
5.지역 행정기관장의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위 내용을 지키는 선에서 허용.

대충 이런 수준이다. 현대 자동소총은 말할 것도 없고 Kar98k나 모신나강 같은 고전 소총도 절대 못쓰게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한마디로 저거에 걸맞는 소총은 1860년대 이전의 전장식 라이플만 용납한다는 소리인데, 사냥용으로도 의미가 거의 없을 뿐더러 무엇보다 지역 행정기관장의 허가를 맡아야 한다는 것에서 사실상 있으나 마나였다. 어느 미친놈이 자기 시민이 나 소총 보유할테니 허가 내주쇼 하면 내주겠는가?

하지만 지금 우리의 경우야 특별한 경우니 어찌됐든 가능하긴 했다. 그러나 박계장님의 전언에 의하면 그렇다고 막 내줄 수도 없고, 경찰에서는 치안유지목적으로 그런걸 허용하는 전례는 없다며 난색을 표한다는 것이다. 시청에서도 명백한 목적을 가져야만 허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래서 내가 내세운 명분이 고전 부대를 연구하는 리인액트 단체라는 것이다. 그런데 시청에서는 그 단체가 막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란다. 최소한 역사적 단체와 관련이 있는 가문이나 단체의 후손이나 기관장의 인증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냥 총 가지지 말라는 말이다. 그래서 결국 도쿠가와 종가와, 도쿠가와 요시노부 가문에 메일을 보내보기로 한 것이다. 요시노부 가문이 왜 따로 있느냐면 에도 막부의 마지막 장군인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하야한 다음 아예 도쿠가와 종가와 척을 지고는 자기 가문을 따로 만들어 나왔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이 그래도 가오가 있는데 한국에서 난데없이 나 전습대 만들었습니다. 공인해주시죠? 이런다고 해줄 리가 없겠지. 그래서 안되도 상관없고 되면 좋은거다 라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공인을 못받으면 총도 못가지는데 왜 상관이 없는가? 다음 꼼수는 이러했다.

"...그래서 안되면 뭐 방법이 있어?"
"뭐 까짓거 안되면 전습대 관두고 별기군 합시다!"
"별기군이란건 또 뭐야?"
"조선왕조가 만든 유럽식 신식 군대에요. 능력은 뭐 최악이었다곤 하지만, 명분은 서죠."

이것도 안된다고 뻗대면 그냥 총기 포기하고 창이나 주문해서 비축해둘 생각이었는데, 예상도 못하게 일본에서 오겠다고 메일이 날아온 것이다. 도쿠가와 종가는 뭐 당연히 무시해버렸고, 온다는 사람은 도쿠가와 요시노부 가문의 젋은 후손, 28세의 도쿠가와 요시노부였다. 아니 이양반 이거 이름이...




도착한 도쿠가와 요시노부는 얼굴에 좋게 말하면 패배를 모르는 자신감, 나쁘게 말하면 시건방진 표정이 항상 박혀있는 사람으로, 키가 훤칠한 미남이었다. 178cm정도 된다. 캐주얼 정장 스타일의 가벼운 복장 뒤에 질질 끌고온 옷가방은 어차피 며칠 체류하는 것 치고는 생각보다 커보였다. 공항에서 픽업하란 말도 없어서 버스를 타고 오나 하고 의아했는데, 사실 이 양반은 별도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날 만나러 온게 목적이 아니라 원래 OEM생산을 맡긴 반월공단의 공장에 원래 예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애초에 올 예정이었는데 내가 무려 막부 전습대의 이름을 자처한 단체를 창설하고 거기에 도쿠가와 가문의 인정을 요구하는 걸 보고 흥미가 동해서 예정보다 일찍 일정을 잡고 입국했다고 한다.

원래대로라면 요시노부 동지를 모시고 전습대원들의 도열하에 제식을 거행하고 초대소로 모셔야겠지만 작은 사무실도 없는 이제 막 출범한 소규모 조직에 그런게 있을리 만무했다. 게다가 도착한 날은 전습대가 비번이라 맞이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건 잘 이해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마음에 안 드는건, 처음부터 반말을 찍찍 한다는 것이다. 이 새끼가?! 너는 그냥 우리 총 살수 있게 인증이나 하고 사라지면 되는 존재일 뿐이지...

하지만 정작 이야기를 거듭해보니 그냥 의미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사회,경제,역사 등 많은 부분에서 폭넓은 지식과 자기 사업에 대해서도 통찰력이 대단했다. 시간이 금방금방 갔는데,

"그런데 무엇보다..."

그는 생강차 그것도 아주 진한 놈을 좋아하는 듯 했다. 중간중간 말 하다가 생강차를 마시며 온몸으로 퍼지는 쓴맛을 느끼는 것이 보였다.

"한국인이 일본, 그것도 일본사람들조차 잘 알지도 못하는 우리 막부의 전습대를 자처한다는 것은 매우 의외였네. 왜 하필 전습대지?"

자초지종을 숨길 것도 없다. 이런 사람은 통찰력이 탁월해서 대충 어설프게 목적을 숨기고 거짓말을 하면 바로 눈치채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기 십상이다. 이것저것 설명하고 나서 특히 전습대의 명칭을 택한 유래에 관해서는 자신이 19세기 유럽 스타일을 선호하는 개인적인 취향에서 시작하여, 현실적으로도 그것이 가장 알맞다, 그리고 총기 무장을 위해 리인액트라는 명분을 택한 것인데 구 유럽식 군제는 너무나도 필요한 비용이 크며 장비가 일반 치안과는 괴리가 크다. 그러므로 도검류도 패용하고 총기도 패용할 수 있는 복합적이고 과도기적인 무장을 고증할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유신시기의 일본이 바로 그러했다. 그러나 메이지 신정부는 멋모르는 사람들이 만화의 영향으로 지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조선침략의 선봉인 신정부의 근간인 사츠마/쵸슈/히젠/토사의 부대명을 채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신정부와는 달리 도쿠가와 막부는 조선과의 200년 우호를 다져 왔기 때문에 막부의 여러 근대화 부대 중 가장 성공적인 전습대를 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건 잘 생각했네. 그만큼 안다면 더 말할 것도 없겠지만.. 우리 도쿠가와 막부가 계속해서 집권했다면 다른 건 몰라도 조선정부와 그렇게 관계가 악화되지는 않았을 거야. 신정부의 풋내기들은 외교를 모르고 현실정치를 몰랐으니 황제국이라는 자부심에 도취되고 국학이라는 오류덩어리에 도취되어 타국을 그토록 얕봤던 게지. 대저 중화질서에 복속된 국가에게 황(皇),칙(勅),성(省)을 자처하는 외교 문건을 보낸다는게 말이 되는가? 외교를 모르니 그런 결례를 범한 거지."

생강차를 쭉 들이키더니 쓴맛이 생각보다 강했던 듯 눈을 살짝 찡그리고 숨을 내뱉고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고보니 그래, 모조직의 이름이 국방무도협회라고?"

"그렇습니다."

"그건 좋지 않은 이름이네. 국방이라면 자네가 국군을 대신해서 나라라도 지키겠다는 말인가?"

"그건..."

"그리고 2차대전에서 무능을 증명한 군부가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하려고 만든 단체 아닌가. 우리 막부의 이름을 받는다면 그런 이름을 써서는 안돼. 그리고 그게 아니라면 누구에게서 국방을 하겠다는 말인가? 외국인들에 맞서서 한국인을 지키기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당장 내가 외국인인데, 나는 어찌할건가?"

사실 나야말로 노동자 생활을 하면서 외국인들을 많이 대해본 입장이었고, 여전히 친분을 가진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집단을 일으키면서 처음에야 치안 불안을 이용해서 무술 수요를 발생시켜 돈이나 좀 벌어볼까 하는 입장이었지만, 점진적으로 사람들이 모이면서 점차 하나의 경향이 형성되어나갔다. 우리 조직에 기대하는 한국인들의 기대란 다시 안산시에 한국인들만의, 한국인들에 의한 사회를 재건하고자 하는 기대였고 그러기 위해서 외국인을 점진적으로 몰아낼 것을 요구했으며 그것이 본질적으로 나에게 거는 기대다.

지도자라는 것이 언뜻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설사 최악의 독재자라고 하더라도 민중의 지지를 명분 삼지 않고는 절대 활동할 수가 없다. 하다못해 아무리 대다수 국민들을 탄압하는 후세인이나 아사드 같은 독재자라도 그들에게는 절대적 충성을 다하는 지지층이 있지 않는가? 만일 이제와서 화합을 주장하거나 한다고 한다면 국방무도협회는 깡통이 되고, 전습대는 등록이 취소되고 지원이 사라질 것이며, 나는 그냥 한때 반짝한 괴신사로 끝날 것이다.

"실패한 정부는 편파의 정부야. 성공하는 정부는 보편의 정부이지. 설사 그들이 어쩌건 간에 자네는 중심을 지키고 보편을 지향해야만 하네. 내가 자네에게 들어보니, 그들의 문제는 그들이 외국인이라는데 있는 게 아니야. 그들이 무법천지와 힘의 질서를 선호하는 데에 있는 것이지. 그렇기 때문에 자네는 반 외국인 단체가 아닌 보편적 질서를 잡는 단체가 되지 않으면 안돼. 그렇지 않고서는 영원한 대립 속에서 아수라 같이 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다. 나 또한 절대 제노포비아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건 단지 사람들의 얼치기스러운 생각일 뿐이지..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모든 지역에 오직 단 하나의 질서. 대한민국 법률의 통제와 권위가 미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가장 보편적이고 지금의 혼란을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자 목표이다. 도쿠가와 요시노부는 그 점을 확실하게 꿰뚫고 있다. 그는 단순히 재미를 찾아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통찰을 가지고 모든 것을 파악하고, 판단하는 그에게서는 본질적으로 지도자의 자격이 있다. 단순히 패배를 모르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만이 전부가 아니다. 비록 너무 쉽게 포기해버렸지만 그전까지 이에야스의 현신이라고 말해질 만큼 탁월한 센스와 정치력을 가진 180년전의 마지막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의 모습이, 이름뿐만 아니라 진실로 내 앞에 있는 남자와 겹쳐 보였다.

"과연 그렇습니다. 전습대의 이름을 자처한 보람이 있습니다."

"내가 자네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더란 말이지? 흐흐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생강차를 들이키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생강차를 마시니 쓴맛도 기분이 좋다.

그런데 박계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용인즉 그 전 도장 출신 자율방범대, 그 껄렁패들이 와동 번화가에서 괜시리 외국인들에게 시비를 걸다가 패싸움이 벌어졌는데 개털리고 있다는 말이다. 신시가지가 아니라 경찰도 다 끝나고서야 슬슬 얼굴 들이밀지 아닐지도 모르니 자칫 그사람들 다 죽을지도 모르니 좀 도와주라는 말이었다. 우리에게 전화하기 쪽팔리니까 개털리는 껄렁패 중 누군가가 경찰에 전화했는데 괜히 개입하기 싫은 경찰이 박계장님을 통해 해결을 요청한 모양이었다. 경찰이 와서 총쏘면 되는 문제지만, 국가권력이 여전히 경찰의 적극개입에 딴지를 거는 입장이라, 이럴 때 써먹으려고 자율방범대의 명목으로 우리가 있는 것이다.

오늘 전습대는 비번인데다 중요한 사람을 만나고 있다면서

"거 지들이 벌린 껀은 지들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십쇼. 말릴거 뻔히 아니까 더 싸우자고 발광하는 젋은 애들도 아니고 중년네들이 허세부리다가 댓가 치루는데 우리가 똥 치워야 되겠습니까?"

라고 말했지만 박계장님의 간곡한 부탁에 별 수가 없었다. 어찌됐든 그분이 스폰서고 물주를 거역할 수는 없는 법이다. 소집 가능한 인원은 와동 근방 A포인트에서 모이자는 단체카톡을 보낸 다음 사정을 설명하고 일어서니 도쿠가와 요시노부도 함께 일어선다.

"나도 가겠네."

"싸움이 일어날 텐데 안전을 보장하기가 어렵습니다."

"명목이나마 전습대의 장인데 이럴때 도망가서야 되겠는가?"

벌써부터 명예 봉행 부심이 쩌는 듯하다. 그러나 얼굴한번 본적없는 일본놈, 대원들이 인정이나 한다든?

"우리의 모토는 노실력 노존경입니다. 존경받고 싶으시면 실력을 보여주시든지요!"

"사사모리 종가에게 배운 도쿠가와 SWAG, 구경이나 하게!"

"제 타치를 쓰십쇼."

타치를 풀러서 건네준다.

"자네는 어쩌고?"

차에 타면서 뒷좌석에 놓여진 롱소드, 알비온 얼(The Earl)을 가리키며 한마디 했다.

"전 원래 일본도 안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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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3부 전습대 11화 SWAG
언젠가 씁니다.

알비온 진검은 결국 Earl로 결정해서 극중에서 사용하는 검도 크레시=>얼로 변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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