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에서 보면 마스크도 없이 스파링하는데 이것은 우리의 지향점이 바로 16세기 스쿨 펜싱이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저렇게 했습니다. 스쿨 펜싱을 번역하자면 도장검술인데 저래보여도 철저한 안전 원칙이 있었으며 그것을 위해 몇가지 기술은 쓰지 못하게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안면 찌르기는 금지되었고 16세기에는 모든 종류의 찌르기를 금지했습니다. 그리고 타격도 강하게 치면 안되고 속도는 빠르게 하되 몸을 타격할 때에는 힘을 빼고 하며, 손가락이나 머리 같은 중요한 부위는 멈춰주는 게 원칙입니다.
사람들이 우리 ARMA를 보면서 하는 오해가 너무 위험하다 내지는 실전을 위해 저렇게 한다 이지만 그냥 오해일 뿐이죠. 사실 고전검술은 어떤 것이든 실전을 위해 연습합니다. 실전을 추구하지 않는 검술이 있을까요? 다만 무작정 강하게 빠르게 한다고 검술이 아닌 것이고 부상은 검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최대의 적입니다. 동네 양아치들이 뼈부러지고 실명까지 이르는 잔인하고 룰 없는 살인 격투를 벌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케인 벨라스케즈는 고사하고 동네 MMA도장 죽돌이조차 이길 수 없습니다. 길거리 격투의 최강자인 킴보 슬라이스가 UFC에 출전하자마자 무명 선수한테 혹독하게 얻어맞았죠.
중요한 것은 실력과 역량을 키워주는 방식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서 몸과 기술이 적응되고 힘의 흐름을 파악하면서 순간적인 판단력을 늘려나가는 것이죠. 그것을 부상 없이 꾸준히 해야만 합니다. 노 마스크 스파링은 100% 스파링이 아니며 안전을 위해 제한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교습 방법으로써는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죠.
영상에서 나오는 것도 피더슈비어트라고 불리는 장비인데 재질만 강철이지 끝이 가볍고 탄성이 있으며 손잡이가 길어 멈춤이나 컨트롤에 특화된 장비입니다. 블런트 도검을 목검이라 치면 피더는 죽도 같은 것으로 보면 되죠. 무모한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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