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MA장비를 주로 판매하는 폴란드 SPES의 페흐트슐레 그단스크 갬비슨입니다. 이 제품은 중세시대 패딩 갑옷인 갬비슨을 현대적인 소재로 재구성해서 롱소드 토너먼트 배틀 보호구로 쓰기 위해 등장한 물건입니다. 현대 펜싱 자켓과 상당부분 어레인지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SPES Axel Peterson HEMA Jacket과는 달리 고전 갬비슨에 훨씬 가깝습니다. 폴란드의 HEMA단체인 페흐트슐레 그단스크가 주도적으로 디자인했지만 ARMA폴란드 지부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도 해서 아주 좋습니다.
사실 이걸 산건 이제와서 HEMA식의 토너먼트를 할 것이 아니라 진검을 소유하는 이유처럼 상징적 장비 보유에 가깝습니다. 봉건기병의 정규 장비는 예전에 만들 만큼 만들어 봤고 철제 중장비도 갖출 만큼 갖춰 봤으니 기왕지사 쓸 일이 없다면 거액을 쾌척하여 애물단지를 모아놓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 하에 병사용 장비 정도만 마련해보자 하는 것이죠. 다양한 업체의 갬비슨이 물망에 올랐는데 15세기 꿈도 희망도 없는 잡병 스타일 중에서는 SPES제품이 가격으로나 품질로나 제일 합리적이라서 이걸 택하게 된 것이죠.
여하간 기왕 사는 김에 제일 튼튼하고 좋은 물건으로 시작하자는 판단 하에 구입했는데, 가격은 31만원 조금 넘게 들었습니다. 옷값 135.77€ + 배송비 115.00€ (UPS) = 250.77€ 이정도입니다. 배송비가 거의 옷값에 육박하죠. 구입하시려는 분들은 공구를 하셔서 배송비의 압박에서 벗어나시는 게 좋겠습니다.
동양인인 우리 여러분들께서는 돈을 조금 더 내시더라도 커스텀오더를 내시는 편이 좋습니다. 서양인 체형에 맞춰서 나왔기 때문에 치수가 전체적으로 조금 안맞습니다. 저도 그래서 세탁소에 수선을 맡겼는데 재봉 부분은 솜을 제거했는데도 미싱 바늘을 두개나 부러뜨렸다고 하더군요. 솜도 보통 솜이 아니라 무슨 이상한 거였다고 합니다. 아마 압축 솜일 겁니다. 이쯤은 되어야 갑옷 반열에 들 수 있지요.

역사적 갬비슨과 비교해서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은 역시 어깨부분의 넓이입니다. 이게 유연성없는 소재를 쓰면서 가동성을 확보하려다 보니 HEMA자켓들이 거진 어깨부분을 아주 넓게 줘놨습니다. 지금 어깨와 팔꿈치를 1인치 줄였는데도 역사적 갬비슨보다는 좀 더 큰 편입니다. 그래도 수정한 결과 초반의 우려와는 달리 적당히 중세 핏이 잘 나고 있고 어깨가 큰 덕분에 배가 나온 제 체형에서도 살짝 역삼각 핏을 보여주는 건 마음에 듭니다. 초반에는 여기에 잭체인을 달기엔 너무 커서 잘못 샀다고 좌절했는데 지금 정도면 잭체인을 달기에도 적당한 것 같습니다.


이런 과도한 어깨 크기가 문제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이게 마음에 안드시는 분들께서는 Lord of Battles의 제품을 추천하는데 고증에 맞는 스타일에 양산형이고 가격도 저렴하면서도 솜이 두툼하고 굵은 실로 짠 거친 직물을 사용해서 중세 것만큼이나 튼튼하기 때문입니다. 하필 15세기 제품이 어깨뽕이 과도해서 저는 구입을 포기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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