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너무 별일이 없어서 쓸 말도 별로 없네요. 그래서 스파링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보면 칼을 부딪치고서 검을 세운 채로 맞붙어서 좌우로 서로 밀었다 눌렸다 하는 장면이 있는데 상대방의 공격 의도를 포착하면서 적극적으로 상대의 동작을 방해하는 시도입니다.
초반 칼이 충돌했을 때는 다들 기세, 주도권 모두 동등한 상황이라 함부로 칼을 떼면 그대로 밀어붙여서 치거나 맞게 되는데, 그때 칼에 가해지는 압력을 느끼면서 상대방의 공격 의도에 맞춰 상대가 밀어벨 것 같으면 옆으로 누르고, 상대가 옆으로 눌러 치운 다음에 벨 것 같으면 저도 다시 누르는 식으로 탐지 및 방해 싸움을 하는거죠.
무작정 공격부터 해올 것 같으면 저도 편한데, 다들 꿍꿍이속이 있어서 저런 상황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물론 칼을 지나치게 옆으로 눕혀 방어하는 건 손가락이 베일 수 있습니다. 눕혀지면 손가락이 노출되는데 그때 상대방이 칼을 미끄러뜨려 손가락을 툭 치고 가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가급적이면 검을 세운 상태에서 약간씩만 좌우로 움직이게 해야 합니다. 저 싸움을 할때 칼을 너무 높이 들면 상대가 칼을 손가락에 대고 미끄러뜨려 썰어 내려가기 쉽지만 쉴하우는 확실하게 막을 수 있고, 너무 낮게 하면 머리를 맞기 쉽지만 상대가 썰어내려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잘 생각해서 공방을 해야 합니다.
몸의 중심이 잘 단련되어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몸을 가진 사람은 저 상황에서 힘 빼고도 잘 버티기 때문에 상대가 함부로 칼을 빼면 준비된 힘을 발산하여 꽤 강하게 칠 수 있습니다. 힘줘서 대응하는 사람은 저 싸움에서 힘빠지고 다음 공방에서 잘 못싸우는데, 구조를 만들어 힘빼고 대응하는 사람은 후속 공세에서도 강하고 빠른 공격을 날릴 수 있습니다. 또 무작정 버티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필링을 다변화시켜서 힘을 주기도 하고 빼기도 하며 상대를 속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통상 좌우로 왔다갔다 2~3번 정도면 둘다 정신력과 힘이 소모되는데, 그때쯤 해서는 빠르게 휘둘러 쳐서 싸워도 됩니다. 물론 상대가 힘빼고 대응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또 다를 수 있고요.
너무 오래 붙이고 있으면 정신줄이 아예 칼끼리 붙은 부분에 집중되어서 다른 곳을 못보는데 이때 가장 유용한 공격이 허리베기입니다. 아예 거리가 멀면 다리를 치면 되고, 아예 달라붙으면 레슬링을 쓰면 되는데, 둘다 팔을 뻗어서 밀어붙이는 정도의 거리에선 레슬링 쓰기에 약간 애매하고 다리 잘못 쳤다간 머리 맞기 쉽습니다. 그때 허리를 베면 되는데 보통 허리베기 패키지들을 보면 머리가 비는 것을 우려해서 옆으로 빠져나가는 식으로 치죠. 허리베기의 저지력이 좋지 않아 반격을 허용할 수 있는 만큼 잘 고려된 기술이라 봅니다. 리히테나워나 피오레는 옷이 두꺼워서 그런건지 롱소드가 카타나에 비해 베기성능이 나빠서 그런건지 중세검들이 경도가 낮아 베기가 잘 안되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허리베기는 못봤습니다. 그래서 허리베기는 유용하긴 하지만 타류 기술입니다.
서로 검이 충돌했을 때 빠르게 베기 공방이 넘어가는 것도 좋지만 칼 붙은 상태에서 좌우로 어영부영 하는 것도 나름의 싸움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시면 리히테나워 스파링에 좀 더 많은 것을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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