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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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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검술을 합쳐서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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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검술 시스템을 향유하고 있다면 타류에 대한 관심은 대체적으로 그렇게까지 크지 않다. 그냥 저사람들은 저러는가보다 정도로 말고 간혹 좋아 보이는 게 있으면 <참고>로 삼는 정도인데,

사실 우리 검술이 너무 완벽해요 같은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럴 수밖에 없는 점이 있다. 검술이란건 어떻게 싸워야 한다는 방침을 두는데 그 방침을 실현하기 위해 특유의 동작 몇가지를 중심으로 사람도 치고 칼도 치고 속임수도 쓰고 그렇게 된다.

리히테나워류같은 경우 다섯가지 베기 즉 존-크럼프-즈버크-쉴-샤이텔 다섯가지 모션에서 자세까지 파생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가령 옆으로 비키면서 상대 손을 치는 것, 베기를 쳐내서 떨어뜨리고 돌려서 쉴러로 치는 것, 검이 엮였을때 아래로 내리누른 다음 돌려서 치는 것 등 모든 것이 속성은 달라고 크럼프-쉴러 연결 모션으로 들어가고, 상대의 중단을 치면서 몸을 노리고 찔러 들어가거나 내려베기를 쳐내면서 얼굴을 찌르거나 어깨를 베는 것 , 원거리에서 검을 돌리거나 옥스로 만들면서 기를 꺾는 것 등 모든 것이 다 쉴러 모션이다. 그래서 검이 높고 머리높이에서 빙빙 돌리는 느낌이며 잔걸음으로 가까이서 싸우는 형상이 된다.

다른 검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도류의 경우 카타가 북진은 47가지요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도다류 검리에 가네마키 지사이로부터 이어진 5검 에서 파생된 것이고 그 결과 11자발로 몸에 긴장이 서리게 만들어 칼끝까지 강하게 만들어 이 단단함을 바탕으로 상대가 찔러도 중단에서의 대응으로 빗나가게 만들고 베면 기리오또시로 떨어뜨리는 것이 핵심이라 중단 위주에 전체적으로 딱딱하고 절도있는 듯한 모습이 나온다.

즉 검술의 철학에 따라 기본형이 되는 움직임 자체가 달라지고 결국 완전히 다른 모양이 구비가 되는 것인데, 일도류 검객에게 리히테나워스러운 움직임이 도입된다면 45도발이나 135도발은 강한 긴장을 줄 수 없으니 쓸모가 없고, 중심선도 지킬 수 없게 된다. 마찬가지로 리히테나워 검객에게 11자발과 단단해질 것을 강요한다면 활발하게 측면으로 나갈 수도 없고, 몸이 전체적으로 굳어져서 리히테나워류를 쓸 수도 없게 된다.

제대로 된 시스템을 배우다 보면 이런 점 때문에 자연스럽게 타류의 기술까지 보고 배우고 합쳐서 최고의 패키지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사라져버리게 된다. 억지로 좋은 기술이라고 도입하려고 했다가는 이도저도 아니게 되고 어색하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을 도입할 수는 있으나, 자기 검술의 움직임에 맞춰서 변형을 주거나 아니면 자기네 움직임과 별 차이가 없는 선에서만 실제로 도입이 가능하다. 같은 이유로 리히테나워나 피오레는 뒷날 와인딩 베기를 제외하면 동일하고, 가시마 신토류와 피오레는 충분히 콜라보가 되지만, 피오레와 일도류는 융합이 안되고 마찬가지로 다르디와 리히테나워도 융합이 안된다. 이유는 역시 움직임이나 전술적인 충돌 때문이다. 이탈리아인들에게 레이피어를 배운 요아힘 마이어가 중단 자세(아이젠포트-게라드 버잣충)을 롱소드에 추가했지만 자세 하나 늘어난 것으로 끝났고, 레이피어에서 바인딩 와인딩을 쓸 수 있다고 했지만 정작 언급 한두마디로 끝나고 모든 기술 예시는 이탈리아식으로 막고 치고 쳐내고 치고 하는 식으로 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카게류를 도입했다는 기효신서 장도나 단도법선이 전형적인 중국무술이 되버린 것도 이런 이유로 본다. 중국무술적임 움직임이 이미 몸에 배버렸는데 이제와서 카게류 특유의 움직임을 처음부터 집어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카게류의 무술적인 핵심만 따와서 중국적 움직임과 맞춰서 재설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곳의 검술을 합쳐서 최종 검술을 만든다고 주장한다면 두가지 부류라고 할 수 있다. 아예 검술을 배워본 적 없거나 아니면 교류를 하다 못해 자기 시스템의 한계를 깨닫고 벌충이나 개선을 꾀하는 경우인데, 대부분 전자가 많다는 느낌이다.

한편 움직임이 상반되는 검술 두가지를 같이 배울 경우 하나는 제법 잘할 수 있어도 나머지 하나는 중수 이상 올라가기 힘들다. 몸이라는게 생각보다 기억력이 나빠서 두가지를 다 잘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보통 먼저 한 것이 베이스가 되는데 마틴 파비앙이나 존 클레멘츠의 경우 레이피어할때 펜싱 움직임이 교묘하게 드러나고 나도 사이드소드 할 때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하려면 상반되는 여러가지에 눈을 돌리기보다는 자기 하는거 하나에 집중해서 잘하는게 사실 가장 좋은 길이다. 죽과 밥을 함께 하려다가는 죽도밥도 안되며 아쉬워도 죽을 먹든 밥을 먹든 하나를 택하는 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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