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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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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베기와 대각선베기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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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선베기는 인체에 대한 저지력이 가장 강한 것은 물론 파워나 절삭력도 가장 강한 베기입니다. 수직베기는 보통 머리를 노리는데 머리는 단단한 두개골이 있어 이것을 깨기는 매우 힘들 뿐더러 대체적으로 얼굴의 피부를 깊게 벨 수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죠. 그러나 대각선베기는 보통 쇄골이나 어깨에서 시작하여 옆구리로 빠져나가므로 절단부위의 크기, 뼈의 강도 등등 여러 면에서 우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직베기가 모든 검술에서 존재하는 것은 원리상 대각선베기가 수직베기를 이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베기가 들어가면 대각선베기는 패배하고 수직베기는 들어가게 됩니다. 이것은 어째서인가, 운동에너지의 총량 자체는 대각선베기가 더 크지만 실제로는 위를 향해 칼날의 옆면을 노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수직베기는 그 옆면을 칼날로 강타하게 되는 원리죠. 그렇게 되면 대각선베기는 한참 진행하다가 옆에서 충돌이 들어와 베기 파워가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여기에 수직베기가 멈추지 않고 그대로 상대 머리를 친다면 대각선베기를 하던 칼은 내 칼과 붙은 채로 유지되고 상대는 죽게 되는 것이죠. 자동차가 고속으로 달릴 때 옆에서 차가 들이받으면 밀려나면서 속도가 크게 줄어드는 것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칼날로 옆면을 친다면 베기를 저지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원리입니다. 같은 이유로 서로 대각선베기를 할때, 상대는 일직선으로 스텝을 밟아서 들어오고, 나는 오른쪽으로 약간 빠지면서 친다면 내 칼은 상대 칼의 옆면을 때리게 되죠. 그럼으로써 남들이 보기엔 서로 동시에 베었는데 하나는 죽고 하나는 사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만, 명확한 원리 하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신비로운 것이 아닙니다.

이런 현상은 사실 어느정도 조건이 갖추어진 환경 하에서 발생합니다. 어떤 상황이냐면 서로 상대 칼을 의식하지 않고, 상대를 죽이려고 할 때에만 발생한다는 겁니다. 또 완전히 동시에 출발해서는 안되고, 상대가 먼저 공격하는 것을 말 그대로 미세한 차이로 본 다음에 출발해야 비로소 성공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래야만 나와 상대의 칼이 손잡이에 가까운 부분끼리 접촉하게 되고, 이래야만 단 한번에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죠. 또 상대 칼을 제압했다고 해서 멈추거나 할 경우 칼이 튕겨서 손이나 기타 다른 부위에 맞습니다. 3주전에 그렇게 다친 오른손 중지 관절부분이 아직도 완전히 낫질 않았죠. 또 말 그대로 명확한 대각선일 경우에만 측면이 제대로 노출되고, 수직에 가까운 대각선은 특성이 달라서 잘 안 통합니다. 이 경우 수직베기로 보는 편이 낫습니다.

수직베기를 수직베기로 처단하는 것은 둘다 옆면으로 접촉하긴 하지만 일종의 탄성 대결로 볼 수 있습니다. 수직베기를 깰 때 주의할 점은 앞서 설명한 것과 동일합니다만, 충돌할 것을 예상하고 칼을 단단히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상대 칼과 충돌했을 때 내 칼의 베기라인을 유지할 수 있고, 그래야 상대 칼이 튕겨나갑니다. 그럼으로써 수직베기를 수직베기로 깰 수 있는 것이죠.

오의 중의 오의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제대로 된 검술을 배운 사람에게는 잘 안 통할 수도 있는 기술들입니다. 수직을 수직으로 깨는 것은 둘다 단단히 버티게 되면 둘다 안 튕겨나가므로, 접촉한 채로 가드에 걸려 정지됩니다. 대각선끼리 붙을 경우 그 점 때문에 칼에 심한 부담이 갈 것을 각오하고 궤도를 바꾸어 칼날끼리 충돌하는 선택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둘다 오른쪽으로 빠질 경우는 십중팔구 그렇게 되죠. 또 숙련된 검객이라면 대각선이 수직에 깨지는 걸 알기 때문에 애초에 대각선을 잘 선택하려 들지 않을 겁니다.
대체적으로 용감하지만 검술의 오의와 비전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일격에 제압하는데 좋은 기술들이죠. 그런 사람들은 자기 몸 돌보지 않고 적을 죽이려 들기 때문에, 이상적인 원리 하에서 제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술을 배운 사람들에게는 실패확률이 높고, 겁쟁이나 신중한 사람이라면 이런 공격과 공격이 충돌하는 상황 자체가 나오질 않겠죠.(칼을 두려워하거나 싸움의 진행을 확신하지 못해서 남이 나오는 걸 보고서야 행동할 테니) 이처럼 싸움이란 게 원리대로 이상적으로 나아가진 않기 때문에, 그 다음을 위한 전략들이 준비되어 있는 것이죠. 근대검술이라면 인게이징-디스인게이징의 여러 전법들이고, 롱소드 검술이라면 바인딩-와인딩 컷이나 링겐 암 슈베르츠같은 유술기 등등이죠.

개인적으로 현대 토야마류가 발도술의 결정타를 모두 대각선베기로 바꾼 것을 보면서, 원전인 일본 토야마육군학교에서는 왜 수직베기로 제정했는가 궁금해한 적이 있었죠. 토야마학교의 군도조법의 목표는 돌격, 저지력, 제압력이고 항상 크고 강하게 벨 것을 강조하기 때문에 왜 저지력이 떨어지는 수직베기를 제정하였나 하는 것이 생각이었는데,  1925년에 제정했던 초기 5개 발도술이 수직베기로 끝내는데 이 발도술을 제정한 것이 1925년이고 이때 여러 고류 유파의 명사들이 와서 도움을 주었는데 아마 수직은 대각선을 반드시 이긴다는 생각 하에 결정타를 수직내려베기로 정한 것이 아닐까 싶더군요. 다만 군대 교범이라 이유까지 적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원리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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