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도(銳刀)는 영조 10년(1734) 9월 29일 승정원일기의 기사에 처음 등장하는 검술로, 군관 고만흥이 하던 것을 찾아내어 우리나라의 검술(本國劍藝)이라 하며 그동안 전수자가 드물어 관무재(임금이 직접 관람하는 무술 시험)에서 시연되지 않았으나 교사를 선발하여 보급중이라는 훈련도감의 보고가 나옵니다. 1734년쯤 제식 채용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후 지구관청헌일기(知彀官廳憲日記) 고종 15년(1878, 무인) 5월 3일자 기사에까지 예도로 시험을 본 기록이 남아있어, 최소 1878년까지는 제식으로 남아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880년까지 훈련된 제독검과 더불어 상당히 오랜 기간 훈련된 검술입니다.
현재 예도에 대해 알 수 있는 문헌은 무예도보통지 뿐입니다. 편찬 당시 예도는 하나의 투로로 수련하는 체계였으나, 원전인 무비지 조선세법 24세는 24가지 세법으로 따로따로 나뉘어 있었고 동작도 완전히 같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원전을 수록하고자 하여 24세는 무비지 조선세법의 것을 그대로 옯겼고, 군관 고만흥의 아버지 고후점이 전수했던 예도 투로는 예도총보/총도로 수록했습니다. 그리고 예도에서 하던 4가지 보여주기용 동작을 더해 총 28세와 총보/총도의 투로 설명으로 모두 수록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현대에는 보통 무비지의 쌍수장검으로 수행하는 24세를 조선세법이라 부르고, 고후점이 전수한 훈련도감의 투로는 예도 혹은 예도총보라고 따로 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 투로의 구조를 보면, 본국검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기효신서 계열 투로들은 앞뒤로 일직선으로만 움직이는 데 비해, 본국검과 예도총보는 좌우로 움직이는 부분이 있으며, 찬격세와 우찬격처럼 유사한 세법이 있고, 또 신유도법과 조선세법의 기법이 융합된 모습을 보입니다.
본국검에서 다루지 않는 세법을 다루거나, 본국검에서 왼쪽으로 하면 예도총보에서 오른쪽으로 하는 요략세, 본국검에서는 좌우전, 예도총보에서는 좌우방신 등 좌우로 수행하는 방어동작이 있는 것 등 어느정도 상호 보완적인 측면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17세기의 어느 시점에서 조선세법을 되살려 기존의 조선 군용도법이었던 장도-신유도법과 결합하여 단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존재했고, 여러 프로토타입 중에서 본국검은 제식 채용된 반면 예도총보를 비롯한 몇가지 투로는 폐기되었고, 그중 훗날 예도 혹은 예도총보라고 불리울 투로를 군관 고후점이 모종의 루트로 입수하여 개인적으로 전수하다가 아들 고만흥 대에 이르러 전격적으로 훈련도감에 채용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특이한 것은 칼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서 돌리거나, 칼을 1길(3m)정도 던지고 받는 퍼포먼스성이 강한 동작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칼을 높이 던지고 받는 것은 중국에서도 기록이 있는 동작이며, 당나라의 용화군사 배민이 검을 하늘 높이 던졌다가 칼집으로 받아내어 한번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거나, 송나라 태종 조광의가 양성한 수백명의 검객들이 황제가 나설 때마다 검을 하늘 높이 던지고 받는 기법을 보여주어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고 합니다.
이런 경향은 당시 조선에서도 유행하여 기생들이 칼을 찬란하게 돌리거나 칼을 하늘 높이 던졌다 받는 기술을 시연했고, 구한말에도 말을 타고 달리며 표창을 던져 모조리 맞추고 온갖 병장기를 휘두르며 시연하는 평양 기생들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이런 기법들은 단순히 보여주기용을 떠나 위세를 과시하고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대민작전의 일환으로까지 사용되었다가, 결국 유흥 예술의 일부로까지 편입되었음을 보여줍니다.
00:00 오프닝
00:25 예도총보 투로의 재현
03:36 예도총보 투로의 해설
03:39 태아도타세(太阿倒拖勢)
03:57 견적출검세(見賊出劒勢)
04:17 봉두세(鳳頭勢)
04:31 향우/향좌방적/백사롱풍세(向右/向左防賊/白蛇弄風勢)
05:00 좌우방신(左右防身)
05:14 좌협세(左夾勢)
05:30 수두세(獸頭勢)
05:49 은망세(銀蟒勢)
06:19 여선참사세(呂仙斬蛇勢)
06:40 전일격(前一擊)
06:55 요략세(撩掠勢)
07:17 흔격세(掀擊勢)
07:40 금강보운세(金剛步雲勢)
07:52 우익세(右翼勢)
08:13 병풍세(屛風勢)
08:23 표두세(豹頭勢)
08:47 전시세(展翅勢)
09:12 양각적천세(章角弔天勢)
09:29 역린세(逆鱗勢)
09:50 탄복세(坦腹勢)
10:10 좌익세(左翼勢)
10:37 찬격세(鑽擊勢)
tag : 무예도보통지, 예도, 예도총보, 조선세법, 고후점, 고만흥, 훈련도감, 훈영, 훈국, 소드딕타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