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격검에서 개인적으로 실력이 확립되었는가 보는 기준은 검을 중간까지 교차시키고 나서 공세를 하는가? 아니면 멀리에서 틈만 보고 그냥 치려고 하는가? 단순히 보인 곳을 치려고만 하는가? 아니면 다음 공세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방어를 우선시하는가? 이다.
제자는 상대적으로 틈만 보고 치거나 칠 수 있겠다 싶으면 그냥 그곳을 치는 것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종가는 확실히 검을 교차시키고 상대의 반응을 보면서 공세하거나 공격을 유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2~3번의 방어를 성공시키고 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빨간머리가 눈에 뵈는 대로 허리만 치면 머리를 쳐서 상격같지만 실제로는 이기게 되는 선택도 잘 한다.
다만 후쿠로시나이가 너무 가벼워 속칭 개칼을 써도 충분히 속도가 나오고, 막아도 끝이 휘면서 때려서 모르는 사람들 눈에는 그냥 서로 난타전 벌이는 걸로 보일 수 있다. 이 점 때문에 수련도구를 이용한 대련... 특히 타류나 개인과의 교류는 진검술과는 다른 요령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실제 진검은 어느 정도 무게가 있고, 특히 도 종류는 아무리 밸런스가 좋아도 끝부분에 질량이 실려 있어서 나올 수 있는 속도, 쓸 수 있는 기술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도법이 검술보다 더 단순한 편이다.
또 실전에서는 저지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실제론 격자부위에 한계가 있다. 베기는 주로 팔, 어깨, 머리로 이어지는 상체 바깥쪽 라인으로 들어가고, 허리/무릎/다리 같은 부분은 무턱대고 노리다가는 상체에 칼을 맞아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의표를 찌르거나 근접전에서 상대 옆으로 지나가며 공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검술보다 도법이 더 단순한데도 도가 많이 쓰이는 이유가 바로 이렇게 한번 쳤을 때 검에 비해 파괴력이 굉장하고 타격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티타늄 합금으로 좋은 칼을 만들수 있다고 해도 그닥 좋지 못한게, 너무 가벼우면 실전에서 파괴력이 약하다.
그러나 이런 대련도구 경기는 그런게 무시되고, 일반인들은 그냥 누가 더 때리고 안맞았나만 보기 때문에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가령 이 아사야마 이치덴류 종가만 하더라도 맞았는데 여러번 치고 쫓아가 몸통박치기로 넘어뜨리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나야 아사야마 이치덴류가 소드레슬링이나 몸통박치기로 유명한 유파인걸 들어 알고, 대련도구 싸움에선 연타로 날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하지만 일반인들 눈에는 엄청 치졸한 짓거리로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경기에서는
첫째 보인다고 무작정 치지 말고,
둘째 원거리에서 승부가 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셋째 상대방의 기세가 수그러들 때까지 공격적인 주도권을 유지하면서 3번 4번이라도 정확한 자세로 막아내고 공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방어 위주의 세이버 검술이 실제 격검에서는 대체적으로 승률이 잘 나오는 편인 것도 이런 이유로 보는데, 플뢰레는 애초에 많이 가벼워서 이런 고속 공세에 대한 노하우가 많았고, 세이버도 1876년 이후 결투용의 가벼운 칼이 대세가 되면서 고속 공방에 대한 노하우가 잘 잡혔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한 각 유파마다 다양한 특기가 있는데, 원래 그것도 캐치프레이즈 혹은 창시자의 특기였을 뿐 실제론 보편적인 격검술은 공통적으로 베이스로 깔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진검 전투와는 달리 훨씬 빠르고 체력적으로나 뭘로나 지치질 않기 때문에 주특기를 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나오기 힘들다. 진검이라면 충분히 딜레이가 생겨서 몸통박치기를 쓸 수 있는데도, 후쿠로시나이라서 몸통박치기를 쓰기에는 타이밍이 전혀 안 나오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이런 경우 어쩔 수 없이 보편 격검으로 이기게 되는 수밖에 없다.
진검술을 잘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대련술과 대련도구에 대한 이해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진검술 유파 특색을 대련에서 살리려고만 하면, 오히려 이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 죄로 쳐맞기 마련이다.
기술은 쓸 수 있을 때에만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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