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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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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44화 청웅 사타부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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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한낮의 출장본영 응접실에는 강력계의 우리편 김형사와 왕조명, 여원홍, 그리고 내가 앉아서 나의 베스트 남양 프렌치까페를 홀짝거리고 있었다. 김형사가 심심해서 놀러온 것은 물론 아니고, 지속적인 실종 문제의 해결을 야망의 경찰서장 제갈 진욱에게 강요받고는 해결될 때까지 원곡파출소에 강제 출장을 당하고 있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김형사는 아까부터 답답함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내가 그 양반 척 보니까 알겠더라구. 출세에만 존나 관심이 많아가지고는 여기서 큰건 한방 터트려서 위로 올라갈 생각인거야. 어휴 면상은 존나 성인 군자처럼 생겨가지고서는..."

그러면서 커피를 후루룩대는 김형사의 투덜거림은 점차 진정되어가고 있었다. 뭐 원곡파출소야 출장본영이 세들어 살고 있는 원곡고에서 300m정도밖에 안 떨어져 있으니까 비상시에는 언제든지 대원들이 나설 수 있고, 안그래도 주변에서 대원들이 집중순찰을 하고 있으니까 폭동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일단 안전한 곳이다. 그렇지만 좋은 집 놔두고 얼마 전까지 감히 범접도 못하던 우범지대에 형사가 들어가 있으려니 이게 어디 보통 스트레스겠는가.

왕조명은 참고인 삼아 불려왔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고 인도 오천년의 식당에서 밥을 대접받은 대가이다. 그렇다고 공식으로 조서 작성하는 건 아니고 그냥 말 그대로 참고삼아 온 거라는 이야기다. 왕조명은 아까부터 가끔씩 달변을 자랑하듯 이곳에 관련된 이야기를 신나게 하고 있었는데, 뭐 요즘 기분이 좋은데다 차도 머스탱 GT로 바꾼 걸 보면 장사가 제법 잘 되는 모양이었다.

이곳에 관련된 이야기야 뭐 원곡 초지동 쪽은 대체적으로 치안이 안정되어 있고 간혹 술먹고 칼부림 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천웅방 조직원들이나 전습대원들이 근처에서 적극 개입하니 어지간하면 큰일이 나기 전에 해결하니까, 이전처럼 배를 감싸쥐고 피를 바닥에 쏟으며 한도병원에 실려가는 일은 많이 사라졌다. 물론 밤의 치안은 여전히 사람들이 신용을 안 하고 있긴 하지만 이제는 새벽 1~2시까지는 편의점에 물건 사러 오는 사람들이 제법 생겨났다는 것을 특히 강조했다.

하지만 간혹가다 사람이 실종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고 들었지만 요즘 사람 장사로 유명한 흑호방도 근처에는 얼씬도 안하고 있고, 이전에 비하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일 거라고 하면서 다만 반월공단 원시동 그쪽은 원체 넓고 감시가 불가능하긴 한데, 밤에 출근하는 사람들도 거의 오후 9시까지는 다 출근해서 일 시작하고, 야밤에 공장 밖으로 나가는 사람은 절대 없기 때문에 아마 문제는 없을 거라는 것이 구시가지의 암흑가를 장악한 천웅방의 보스 왕조명의 브리핑이었다.

"그럼, 흑호방이랑 나머지 뭐시기들은 여기 아니면 어디서 노는데?"

"흑호방이야... 원체 모습을 드러내고 다니는 애들이 아니에요. 하도 더럽게 놀다 보니 이쪽에서도 사람 취급도 안해줍니다. 그리고 다른 조직들은 시흥시 쪽에서 놀아요. 시화공단이나 거모동 그쪽인데 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긴 한데, 이쪽에 전습대도 있고 또..."

김형사가 끼어들었다.

"인천쪽으로 애들 많이 들어가지?"
"맞습니다. 간석동 간지대장파가 완전 무너지지 않았습니까. 간석동이 인천 통이었는데 지금 화교계나 군소 조직들이랑 안산 시흥에서 물먹은 애들이 다 그쪽에서 한자리 차지할려고 그러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안산은 뭐 인천항이랑 관련 이권에 비하면 푼돈도 안되잖아요."

"휴... 인천 검경들이 아주 지랄을 하더라고..."

김형사가 최근 건강을 신경쓴다면서 피우기 시작한 전자담배를 켰다. 지나가는 말로는 연기의 맛이 없어서 재미가 없다고 하니 곧 연기담배로 도로 바꾸지 싶다.

"아무튼 진짜 저 서장놈 때문에 밑에 애들 지금 다 죽어나고 있잖어. 신시가지에 자율방범대 하나 더 만들었다고 지랄하는거 봐..."

그 자율방범대란 사기꾼 관장과 패거리들이다. 원래 그들이 그런 포지션이었지만 퍼블릭 세션에서 나한테 개털리고 아작이 났는데, 관장이 진짜 검술을 어디서 잘도 배워가지고와서는 다시 애들을 규합하고는 세력을 다시 세워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원체 한번 공개 망신을 당한 입장이니만큼 사람들이 우습게 보는 건 여전하지만, 내가 그들이 진짜 검술을 배워왔다고 투덜대는 것이 경찰 내부에 쫙 퍼져서 전습대 대빵(형식상으로는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총재이지만 경찰들은 현실적인 면을 들어 나를 대빵으로 본다) 도 인정한 실력이네 어쩌네 하더니 결국 그들을 자율방범대로 만든 모양이었다. 공무원은 언제나 쉬고 싶다.

김형사는 열심히 정당성을 주장했는데 심각한 범죄율에 맞서 치안여력을 확보하고 수많은 미제 사건 해결에 경찰력을 돌리려면 어쩔 수가 없다고 한다. 나도 그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제갈 진욱은 자꾸 민병대, 그는 평소에 비질란테라고 영어를 쓰는데 아무튼 그런 게 늘어난다고 경찰 간부들을 자주 갈궈댄다고 한다. 그 내용은 내가 전해 듣는데 그 중에서도 피꺼솟한 내용을 예로 들자면 여기선 무협지 싸이코가 설치고 저기선 군국주의 싸이코들이 설치는데 외국인 무법자들까지 합해 세마리 싸이코들이 몰려다니고 있는 꼴을 보자면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 짝퉁들이 옷 맞춰입고 설치는 꼬락서니를 보는 것 같아 미칠 것 같다 뭐 그런 말이다.

어찌되었든 우리가 조직범죄를 소탕하고 치안을 회복하고 있는 덕은 열심히 보면서 말은 그따위로 하니 기분이 아주 더러웠다. 뭐 그거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지금 우리가 김형사를 한시바삐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려면 실종자 수사에 대한 뭔가 한가지 건수를 잡아서 귀양 해제를 시켜드리는 수밖에는 없다.

"에효... 그럼 난 다시 가볼께. 뭔가 단서같은게 잡히면 연락 줘."

일어서면서 기지개를 펴면서 문으로 향하려는 김형사를 내가 불러세웠다.

"우리 경리아가씨가 프렌치까페를 네통을 더 사와버렸는데, 여기서 프렌치까페는 저밖에 안 먹어서요. 두통 가지가시죠?"

김형사의 얼굴에 밝은 빛이 충만해진다.

"어유 괜찮은데... 마침 우리 파출소 부식비도 안나와가지고 고생했는데 고마워. 이거 유통기한 지난 거 아니지?"
"우리 경리아가씨가 한국말은 못해도 숫자는 칼같이 봅니다. 아니 함 보시죠?"
"아냐아냐! 고마워 아 나오지마 나오지마!"
"예 그럼 들어가십쇼!"

문을 닫고 나서 다시 소파로 가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박스의 숫자는 아니지만 커피 스틱들의 유통기한이 많이 남았다고 어디 말이나 했습니까?

"조명아, 너 진짜 아는 거 없어?"

왕조명이 고개를 두어번 젓고는 한숨을 쉬면서 소파에 등을 기대고는 양손을 배 위에 깍지를 끼면서 놓고는 하소연하듯이 말을 시작했다.

"형 그건 알아도 모르는거고 있어도 없다그러는거에요. 원곡동에선 일 없는데 원시동에선 일 있죠."
"흠... 야간 직원들을 노리는 청웅 사타부언이 있다 그거지?"

여원홍이 끼어들었다.

"그런게 있긴 한건가? 우리 천진기업에서는 실종자가 한명도 없는데."

하도 언급이 없어서 잊을 만 할텐데 여원홍은 대만인 출신으로 여기서 천진기업이라는 중견기업의 오너였다. 물론 지금은 실질경영은 여원홍의 아들이 하고 있긴 하다만.. 그런 인연으로 천진기업은 반월공단 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전습대 시큐리티 서비스의 대상이었다.

왕조명은 여원홍을 보고는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그게.. 사실 공장애들 끌려가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공장애들 중에서도 우리 조직원들도 있고 그리고 여자들은 남자들이 데리고 퇴근하던가 공동퇴근 하잖아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치안이 험하니까 다들 칼 하나씩은 다 준비한단 말입니다. 뭐 러시아애들은 접는 칼 많이 쓰구요. 그래서 직원들은 그래도 괜찮은데, 간혹 이제 작은 공장이나 그런 데서 야간이나 저녁까지 일하면 심심하니까 아가씨들을 부른단 말이죠? 그 걔네 오빠들이 같이 가면 괜찮은데 간혹 바쁘면 여자 혼자 커피 들고 스쿠터 타고 갈 때도 있는데, 이런 경우 간혹 사라지고 그래요. 그리고 이제 기숙사 사는 애들이 밤에 나갔다가 간혹 못 돌아온다 그런 말도 있구요."

소파에 앉으면서 늘어지는 편안함 속으로 사라지려는 의식을 붙들고서는 질문을 몇가지 더 해보았다.

"그럼 흑호방이 일 하기는 한다 이거네?"

"예 그렇죠. 그친구들은 사람 관련한 거라면 산 사람부터 죽은 사람까지 다 취급하니까요. 그리고 그친구들은 살 길이 그거뿐이에요. 뭐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워낙 말종으로 유명하니까 상종을 안해줍니다. 아시다시피 걔네들은 신분증(주민등록)도 못만드는 한족 둘째 셋째들이라 학교도 못가고 죽어도 아무도 모르던 애들이라, 인륜도 없고 막 나가는 애들이에요. 진짜 위험합니다."

"중국인들도 위험한 거 아냐? 천웅방이 잡을 생각은 안 해봤어?"

"그게 사실 뭐 싹쓸이 잡아가면 모르겠는데... 정말 소문이나 좀 돌 정도로만 이를 하고 그리고 본거지도 어딨는지 모르고 사람공장을 어디다 세웠는지도 모릅니다. 아시다시피 좀비사태 이후로 안산이나 시흥에 빈 공장이 좀 많습니까?"

순간 신서현의 기둥서방을 처넣었던 건조로가 생각났다. 그래.. 그런 공장은 얼마든지 있고 뭐가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흑호방이 뭐 어디 있는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사실 제가 형이랑 선생님(여원홍)에게 그래도 뜬소문 같은 거라도 말씀드리자면 뭐 조직원은 한 40~50여명 된다는 말도 있고 200명 된다는 말도 있는데 그놈들이 돈 벌어서 신분증도 사고 그래서 신분증만 가지고는 흑인흑호(미등록인구를 일컫는 속어) 인줄은 모르고 그럽니다. 그러니 뭐 알 리가 있겠습니까. 근데 형, 청웅 사타부언이 뭐에요? 이전부터 가끔 그런 말 쓰던데.."

"아니 뭐 인터넷에서 보니까 그게 무슨 암호라던데? 청웅은 뭐 시체 아니면 히트맨 이야기고 사타부언은 죽은자는 말이 없다는 거라던데.."

"형.. 제가 중국인으로써 장담하는데요. 그런 단어는 없습니다. 없어요."

여원홍도 끼어들었다.

"맞습니다. 그런 단어는 없습니다. 호사가가 지어낸 말인가 보군요."

"뭐... 아무튼 그런 의미로 썼던 말입니다. 아무튼간에 굳이 김형사나 제갈진욱을 위해서가 아니라, 흑호방 같은 곳이 자꾸 암약한다는 것 자체가 여러모로 좋지 않다. 이겁니다.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겠군요."

말을 끝내고 묘한 기분에 휩싸여 석양이 지는 창가를 바라보았는데 거기에는 배를 내놓고 사람처럼 창가에 걸터앉은, 그것도 자기 꼬리를 깔고 앉은 팔자 좋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무심하게 창밖을 바라보던 고양이는 시선을 눈치챘는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2초동안 나를 빤히 쳐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창가를 바라보면서 배를 들썩이더니

"어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건방진 고양이녀석!

그걸 보는 왕조명은 킥킥대기 시작했고 작전지도역 여원홍도 입가에 미소를 띠며 한마디 했다.

"고양이가 영물은 영물입니다."

저 하나도 안 귀여운 고양이는 김 아무개가 주워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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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판타지 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45화 전습대고양이 마봉춘
언젠가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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