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칼로 몸을 쑤시면 홍콩에 무비자로 입국하신다 뭐 그런말인가본데, 아까 여기있는놈들 죄다 쑤시던데 그러고도 아직 기운이 남았어? 니가 정력짱이야? 니미 그 칼은 발기가 무한이노?"
"아까도 말했잖아, 불유쾌했다고! 난 그런 성적쾌락으로 살인을 즐기는 연쇄살인마같은 쓰레기와는 달라! 이건 순수하게 널 향한 내 마음이다!"
에스파다를 앞으로 내밀고 다가를 약간 뒤로 빼고는 신중하게 걸어오는 놈의 모습을 보며 나는 롱소드를 어깨에 수평으로 걸쳤다. 이것은 내가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앞에서 보면 칼날이 양손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아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다. 이른바 미틀훗(Mittlehut)이라 불리는 자세이다. 이는 수평베기를 위한 자세이지만 실제론 손의 스냅을 이용해 대각선베기도, 수직 내려베기도 원하는 대로 가할 수 있다.
흑호방주가 발끝으로 바닥을 툭 치는 듯 하더니 다음에 오른발을 떼면서 전진해왔다. 그와 동시에 나는 왼손을 왼쪽으로 슬쩍 당기는 듯한 모션을 취했다. 이는 수평베기를 할 것처럼 보이기 위한 페이크이다. 실력이 없다면 이 페이크를 알아보지조차 못하겠지만, 실력있는 검객이라면 인간이 어떤 동작을 취할 때 반드시 나오는 예비 동작을 예민하게 보고 움직임을 파악하기 마련이다.
흑호방주의 에스파다가 수평베기 방어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을 확인하고 팔꿈치를 활용해 스냅으로 칼을 튕기면서 수직 내려베기를 가했으나.. 이놈보소, 칼을 아예 밑으로 내리면서 손이 맞지 않게 하고는, 동시에 몸을 뒤로 젖이는 스웨이백을 하면서 피하는 것이 아닌가!
즉시 내려베기를 중간에 멈추면서 칼끝을 놈의 얼굴로 향하면서 두스텝 전진한다. 롱소드의 베기는 팔을 쭉 뻗기 때문에 수직베기를 하다가 멈추면 즉시 상대를 향해 팔을 쭉 뻗은 형태가 된다. 베기의 중간지점이자 찌르기의 종결점인 랑오트(Langort)라는 자세가 된다.
흑호방주는 내 칼끝을 한스텝 뒤로 물러나면서 피함과 동시에 에스파다로 내 칼을 옆으로 확 밀어냈다. 그리고는 뒤로 젖힌 몸을 앞으로 튕김과 동시에 에스파다를 내 롱소드에 미끄러트리면서 발구름을 한다.
"크윽..!"
말 그대로 순식간이었다. 이놈은 단순히 사람 장사해서 돈버는 놈이 아니라 검술 실력도 상당한 놈이다. 내 롱소드를 에스파다로 봉쇄하면서 다가로 내 오른손가락을 노린 것이다. 강하게 내리치는 것을 나는 옆으로 피하면서 칼을 돌려 수직 올려치기로 치려 했으나 내가 한타임 늦었다. 다가는 내 손가락들을 전부 긋고 지나갔고 충격에 의한 통증까지 느껴졌다. 김추자씨가 준 건틀렛이 아니었다면 손가락 10개가 전부 잘려버렸을 것이다.
흑호방주는 굴하지 않고 다시 한번 자기 얼굴을 향해 들이대어진 롱소드를 향해 이번에는 다가를 갖다대어 밀어내면서 두번째 공격을 시도했으나 놈의 주특기를 파악한 나는 절대 놈의 칼이 내 칼에 접촉하게 만들지 않는다. 이놈은 긴 칼을 상대하기 위한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반드시 검을 갖다대어 접촉을 유지하면서 긴 칼의 안쪽으로 파고들어 짧은 칼의 우위를 살릴 줄 아는 것이다.
뒤로 물러나면서 롱소드를 미친 듯이 휘둘러대면서 놈을 충실히 교실 벽쪽으로 몰아붙였다. 놈은 다리에 걸리는 책상이나 걸상을 손으로 밀어내면서 피할 공간을 만들고 있었으나 내가 더 빠르다. 롱소드가 빠르게 휘둘러지는 것은 마치 커다란 믹서기 칼날이 고속으로 회전하는 것을 연상케 했다. 4가지 방향으로 가해지는 올려베기와 내려베기의 연타는 흑호방주라도 감히 달려들 엄두를 못내게 하고 있었다.
놈이 책상에 걸려서 주춤한다. 바로 지금이다!
"깡!"
놈의 머리통을 노리고 가한 혼신의 일격이 쇳조각에 부딪치는 소리를 내면서 불꽃을 튀겼다. 에스파다와 다가를 X자로 교차시켜 베기를 막은 놈은 다가로 내 배를 찔러왔다. 그때의 놈의 표정은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진정한 사랑에 대한 갈망이 마침내 이루어지는 순간이라 여겼을 것이다.
"으윽..!"
나를 향해 내질러진 단검은 아쉽게도 내 배의 옆의 허공을 찌르고 있었으며 내 롱소드는 흑호방주의 팔뚝을 짓이기고 들어가고 있었다. 놈의 에스파다를 피해 검을 크게 돌리면서 놈의 다가를 든 손목에 크럼프하우를 가한 것이다. 그러나 힘이 덜했고 놈의 옷이 뭔진 몰라도 생각외로 질겨서 손목을 자르거나 베어내지는 못했다. 단지 후려쳤을 뿐이다.
놈은 다가를 놓쳐버렸고 그 틈을 타 놈의 머리에 쉴하우를 가했으나 에스파다를 들어 막으면서 옆으로 크게 빠지는 통에 실패했다. 그대로 칼을 크게 돌리면서 내 귀를 향해 내리쳐지는 에스파다는 짧은 탓에 내가 방향을 바꾸면서 한발 뒤로 빼자 허공을 갈랐다.
tag : 팬픽, 다크판타지, 전습대
"아까도 말했잖아, 불유쾌했다고! 난 그런 성적쾌락으로 살인을 즐기는 연쇄살인마같은 쓰레기와는 달라! 이건 순수하게 널 향한 내 마음이다!"
에스파다를 앞으로 내밀고 다가를 약간 뒤로 빼고는 신중하게 걸어오는 놈의 모습을 보며 나는 롱소드를 어깨에 수평으로 걸쳤다. 이것은 내가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앞에서 보면 칼날이 양손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아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다. 이른바 미틀훗(Mittlehut)이라 불리는 자세이다. 이는 수평베기를 위한 자세이지만 실제론 손의 스냅을 이용해 대각선베기도, 수직 내려베기도 원하는 대로 가할 수 있다.
흑호방주가 발끝으로 바닥을 툭 치는 듯 하더니 다음에 오른발을 떼면서 전진해왔다. 그와 동시에 나는 왼손을 왼쪽으로 슬쩍 당기는 듯한 모션을 취했다. 이는 수평베기를 할 것처럼 보이기 위한 페이크이다. 실력이 없다면 이 페이크를 알아보지조차 못하겠지만, 실력있는 검객이라면 인간이 어떤 동작을 취할 때 반드시 나오는 예비 동작을 예민하게 보고 움직임을 파악하기 마련이다.
흑호방주의 에스파다가 수평베기 방어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을 확인하고 팔꿈치를 활용해 스냅으로 칼을 튕기면서 수직 내려베기를 가했으나.. 이놈보소, 칼을 아예 밑으로 내리면서 손이 맞지 않게 하고는, 동시에 몸을 뒤로 젖이는 스웨이백을 하면서 피하는 것이 아닌가!
즉시 내려베기를 중간에 멈추면서 칼끝을 놈의 얼굴로 향하면서 두스텝 전진한다. 롱소드의 베기는 팔을 쭉 뻗기 때문에 수직베기를 하다가 멈추면 즉시 상대를 향해 팔을 쭉 뻗은 형태가 된다. 베기의 중간지점이자 찌르기의 종결점인 랑오트(Langort)라는 자세가 된다.
흑호방주는 내 칼끝을 한스텝 뒤로 물러나면서 피함과 동시에 에스파다로 내 칼을 옆으로 확 밀어냈다. 그리고는 뒤로 젖힌 몸을 앞으로 튕김과 동시에 에스파다를 내 롱소드에 미끄러트리면서 발구름을 한다.
"크윽..!"
말 그대로 순식간이었다. 이놈은 단순히 사람 장사해서 돈버는 놈이 아니라 검술 실력도 상당한 놈이다. 내 롱소드를 에스파다로 봉쇄하면서 다가로 내 오른손가락을 노린 것이다. 강하게 내리치는 것을 나는 옆으로 피하면서 칼을 돌려 수직 올려치기로 치려 했으나 내가 한타임 늦었다. 다가는 내 손가락들을 전부 긋고 지나갔고 충격에 의한 통증까지 느껴졌다. 김추자씨가 준 건틀렛이 아니었다면 손가락 10개가 전부 잘려버렸을 것이다.
흑호방주는 굴하지 않고 다시 한번 자기 얼굴을 향해 들이대어진 롱소드를 향해 이번에는 다가를 갖다대어 밀어내면서 두번째 공격을 시도했으나 놈의 주특기를 파악한 나는 절대 놈의 칼이 내 칼에 접촉하게 만들지 않는다. 이놈은 긴 칼을 상대하기 위한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반드시 검을 갖다대어 접촉을 유지하면서 긴 칼의 안쪽으로 파고들어 짧은 칼의 우위를 살릴 줄 아는 것이다.
뒤로 물러나면서 롱소드를 미친 듯이 휘둘러대면서 놈을 충실히 교실 벽쪽으로 몰아붙였다. 놈은 다리에 걸리는 책상이나 걸상을 손으로 밀어내면서 피할 공간을 만들고 있었으나 내가 더 빠르다. 롱소드가 빠르게 휘둘러지는 것은 마치 커다란 믹서기 칼날이 고속으로 회전하는 것을 연상케 했다. 4가지 방향으로 가해지는 올려베기와 내려베기의 연타는 흑호방주라도 감히 달려들 엄두를 못내게 하고 있었다.
놈이 책상에 걸려서 주춤한다. 바로 지금이다!
"깡!"
놈의 머리통을 노리고 가한 혼신의 일격이 쇳조각에 부딪치는 소리를 내면서 불꽃을 튀겼다. 에스파다와 다가를 X자로 교차시켜 베기를 막은 놈은 다가로 내 배를 찔러왔다. 그때의 놈의 표정은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진정한 사랑에 대한 갈망이 마침내 이루어지는 순간이라 여겼을 것이다.
"으윽..!"
나를 향해 내질러진 단검은 아쉽게도 내 배의 옆의 허공을 찌르고 있었으며 내 롱소드는 흑호방주의 팔뚝을 짓이기고 들어가고 있었다. 놈의 에스파다를 피해 검을 크게 돌리면서 놈의 다가를 든 손목에 크럼프하우를 가한 것이다. 그러나 힘이 덜했고 놈의 옷이 뭔진 몰라도 생각외로 질겨서 손목을 자르거나 베어내지는 못했다. 단지 후려쳤을 뿐이다.
놈은 다가를 놓쳐버렸고 그 틈을 타 놈의 머리에 쉴하우를 가했으나 에스파다를 들어 막으면서 옆으로 크게 빠지는 통에 실패했다. 그대로 칼을 크게 돌리면서 내 귀를 향해 내리쳐지는 에스파다는 짧은 탓에 내가 방향을 바꾸면서 한발 뒤로 빼자 허공을 갈랐다.
흑호방주는 달려들려 했으나 칼끝이 얼굴 앞에 들이대어지자 주춤했고, 에스파다를 내밀어 내 칼을 밀어내려 했으나 이놈의 패턴을 눈치챈 나는 절대 이녀석이 하고 싶은 대로 놔두지 않는다. 즉시 칼을 돌려서 변변찮은 가드 하나 없는 이놈의 손을 내리쳤으나 이놈도 자기 손이 맞도록 가만히 내비두지 않는다. 허공을 가른 롱소드를 하단으로 놓고 머리를 텅 비워 놈을 유인하나 안 온다.
"무슨 놈의 칼이 그렇게 길어?"
흑호방주가 떨어트린 다가를 주으면서 하는 소리다. 역시 왠만큼 실력이 있다고 해도 무기의 길이는 쉽게 무시해버릴 만한 요소는 아니다.
"난 이런거밖에 못써. 억울하면 너도 122cm짜리 칼 사다 쓰던지~"
시체들이 널부러진 교실 문밖에서 나던 총소리도 멎은 지 오래, 지금은 고함 소리와 우당탕 소리가 주로 들려오고 있었다. 애초에 1인당 6발밖에 없던 총알이 지금까지 있다고 하면 홍콩느와르 총격씬이지. 운동장 쪽에서 고함 소리가 일정한 딜레이를 가지고 들려오는 걸로 봐서는 축차적으로 친일척결 자경단 연합의 패거리들이 깡패 상대를 마치고 돌아와 본진 구원에 나서는 모양이었다.
인터넷 방송이라도 3g로 유튜브 라이브스트림으로 보고 있었더라면 지금 수뇌부가 전멸한걸 뻔히 알 수 있을 터이다. 이미 수뇌부들이 대피했던 교실은 피칠갑에 베스트고어 인기게시물로 올라갈 만한 상황이었고, 그 진보계열 수뇌부를 모조리 참살한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이 흑호방주니까 이제 구태여 누굴 구하고 자시고 할 상황도 아니다.
아니면 나중에야 방송을 봐서 유일한 수뇌부의 생존자인 인권운동가 진기서씨(흑호방주) 가 친일 반민족의 수장, 자칭 에노모토 카마지로와 혈투를 벌이는 것만 보고 그를 구해야만 한다고 생각한 것인가. 그래서 지금도 저렇게 힘이 닿는 대로 원곡고로 몰려오고 있다는 것인가?
"!!"
순식간에 눈앞에 뭐가 날아드는 걸 느끼고 급히 고개를 숙였으나 정수리에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머리에 커다란 고통과 짜증이 느껴졌고 도저히 눈도 뜰 수 없는 지경이었기에 일단 칼부터 쭉 뻗고 무작정 뒤로 빠졌다. 쇼크 상태에서 아직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무작정 눈부터 떴다. 억지로 확보한 시야 앞에 들어온 건 교탁 뒤에 있던 검은색 바탕에 황동 장식이 끼워진 칼집에서 뭔가를 뽑아드는 흑호방주의 모습이었다. 저런 썅노무 새끼를 봤나?!
"내 재패니즈 다찌!"
"그래서 나도 긴거 써야겠다!"
놈이 꺼내든 건 다름이 아닌 내 해군 타치, 나의 SWAG를 책임진 나의 보물이었다. 정체를 말하자면 소화12년제정 해군제식군도(昭和十二年製定海軍製式軍刀), 일본해군 장교용 타치형 군도(의 중국제 짜가) 였던 것이다! 제네바 협정도 용서못할 저런 못된짓을?!
"너를 친일파로 매도하기 위해 가져왔지만, 그거말고도 쓸모는 있었던 모양이야."
흑호방주가 히죽거렸다. 그와 동시에 창밖에서 무연화약 특유의 날카로운 총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계엄군이 진입한 모양이군. 앞으로 한두시간이나 버틸 수 있을까?"
흑호방주가 던진 건 놈의 다가였다. 다가를 쥐고 있어야 할 놈의 왼손에는 에스파다가 있었고, 오른손에는 재패니즈 다찌가 쥐어져 있다. 그리고 놈은 평범하게 선 채로 칼을 아래로 내린 채로 X자로 교차시키고 있었다.
"이제 조금 나아지겠군."
문답무용. 나는 머리를 향해 수직으로 내려쳤다. 놈의 검이 생각대로 X자로 교차되면서 머리를 막았으나, 속임수였다. 놈의 칼이 머리를 완전히 보호하는 걸 본 나는 다시 칼을 돌려서 수직으로 올려쳤다. 그러나 나의 재패니즈 다찌를 밑으로 내린 놈의 술책에 막혔다. 그리고 칼날이 패이는 것도 보였다. 크오옷 죽인다!
칼끝을 살짝 빼었다가 놈의 칼 위로 다시 찔렀으나 왼손에 든 에스파다로 들어올리는 놈의 기법에 칼끝은 놈의 머리 위 허공을 찔렀다. 뒤이어 재패니즈 다찌가 내 옆구리를 향해 날아들었고 충격이 느껴졌으나 심하지도, 베이지도 않았다. 나는 원래 칼날의 절반은 날을 세우지 않는데, 칼끼리 부딪쳤을 때 손상을 적게 하려는 이유 때문이다. 거기에 나는 지금 울 100%의 색코트를 입고 있으니 더더욱 베일 리가 없다.
고통을 참으면서 롱소드를 휘둘러 관자놀이를 수평으로 베었으나 놈의 에스파다가 내 왼손목을 짓누르고, 거기에 더해 칼을 미끄러트리면서 쓱 당겨버리자 베기에 실린 속도는 완전히 0에 가까워짐과 동시에 놈의 얼굴에 어떤 상처도 내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역시 김추자씨가 준 건틀렛 탓에 손목이 무사했다는 것이다.
왼손을 떼어 놈의 오른팔을 꽉 쥐자 흑호방주가 잠깐 당황하는 것처럼 보였다. 놈의 타치는 내 옆구리에 닿은 그대로 붙들려 움직이지 못하고 놈의 머리통은 훤히 드러났다. 찰나에 지나지 않는 무력화의 순간 나는 롱소드의 퍼멀로 놈의 관자놀이를 가격했다. 그러나 롱소드 퍼멀은 놈의 관자놀이를 2cm정도 남겨두고 멈췄다. 내 오른손목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놈의 왼팔뚝이었다. 놈은 재빠른 판단으로 에스파다를 버리고 팔을 쑥 올려 치명적인 타격을 막아낸 것이다.
그리고 내 손목을 붙잡았다. 이제 둘다 서로의 손목을 붙잡고 둘다 칼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생각할 것도 없이 박치기를 날렸으나 내 이마에 느껴져야 할 놈의 코가 박살나는 감각이 없다. 그리고 오른손을 쥐고 있던 압박감이 사라짐과 동시에 순식간에 내 왼팔 사이에서 놈의 오른팔이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놈은 타치를 버리고 손만 뺀 것이다!
그리고 내 턱에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의식은 잃지 않았고 생각보다 타격이 강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고개가 홱 들리면서 잠시 상황판단이 정지될 정도의 위력은 있었다. 비틀거리며 균형을 잡아 넘어지지 않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할 즈음, 바닥에서 뭔가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뒤로 물러나고 흔들리는 시야를 억지로 다잡으면서 앞을 보니 내려친 타치를 들어올리면서 달려드는 흑호방주가 보였다. 생각도 없고 고려도 없이 그냥 배운 대로만 몸이 움직인다. 놈이 베면 나도 벤다. 몸에 새겨진 원리였다. 칼이 부딪치면서 정지했고 정신이 없는 가운데 놈이 칼을 밀어붙이지도 떼지도 않는 것을 찰나에 느끼면서 칼을 뒤집어 놈의 배를 향해 찔렀으나, 내 칼이 옆으로 밀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바로 카운터 행잉이라 불리는 기술로, 내가 베기를 하고 다시 칼을 뒤집어 배를 찌르면 상대도 함께 똑같이 뒤집어 찌를 경우 상대가 내 칼을 밀어내면서 찌르기에 성공하게 되는 기술이다. 흑호방주가 이 기술을 알았을까, 그것과는 상관없이 나는 이제 반격기에 당해 찔려 죽게 되는 것이다. 소원 풀어서 좋겠군... 부디 내 배에 지퍼를 달고 전신에 눈알을 이식하는 짓은 안하길 바란다.
자포자기 했을 즈음, 기다리던 느낌이 오지 않는다. 배가 찔려 얼음처럼 차가운 느낌 뒤에 뜨거운 고통이 휘몰아치는 그런 느낌 말이다. 그리고 마치 시간이 가속한 듯이 전신의 감각이 극도로 활성화되면서 눈에 들어오는 모든 시야는 마치 TV의 옵션을 극단적으로 조정한 것처럼 지독하리만치 선명해졌다. 그런 부자연스러운, 마치 마약을 대량으로 들이부은 듯한 감각 속에서 나는 아래를 보았다. 흑호방주의 타치의 쯔바가 내가 최대한 찌른 롱소드의 크로스가드에 걸려 내 배를 찌르지 못하고 있었다. 20cm나 차이나는 칼날 길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인가?
그렇지 않았다. 내가 무작정 찌르면서 길게 뻗은 크로스가드가 놈의 타치 칼날을 누르는 형상이 되면서 배로 들어가야 했을 칼끝이 내 사타구니 사이 허공을 찌르고 있던 것이고, 쯔바가 얽힌 건 부수적인 결과였을 뿐이다. 모든 시간이 미치도록 느리게 가는 지금 속에서 이제 어떤 기술이든 원하는 대로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다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듯 하더니 번쩍하고 밝아진 시야가 다시 정상을 되찾은 짧은 순간이 지나자 롱소드의 칼끝이 놈의 배를 찌르고 있었다. 놈의 타치의 칼끝은 내 얼굴 옆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뒷다리는 펴고, 앞다리는 굽혔으며 손잡이는 내 배 높이에, 칼끝은 놈의 명치를 관통하고 척추로 추정되는 방해물을 막 비집고 들어가고 있었다. 놈은 직선으로 공격했으며 나는 대각선으로 전진했다. 그래서 놈의 찌르기는 빗나가고 나의 찌르기는 성공한 것이다.
내 롱소드가 그러고도 20cm가 더 들어갔을 때 흑호방주는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그러나 굳이 분석하자면 고통과 기쁨이 각각 34.7% / 45.6% 정도로 추정할 수 있을 법한 표정으로 타치를 떨어트리면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척추가 끊어지면서 하체에 대한 통제능력을 상실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흐으.. 흐으... 우오옷...!!"
이를 악물면서 뭔가를 참는 듯 하더니 마침내 버티지 못하고 입을 벌리고 눈이 뒤집히면서 놈의 하체는 축축하게 젖기 시작했다. 하다못해 바지 위로 허여멀건한 액체가 스며올라왔으며 바지 아래로는 누런 물이 흥건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혀를 내밀었다가 집어넣었다가 멈추지 않는 상체의 경련과 하체의 발버둥도 통제하지 못할 지경이 되자 흑호방주는 입에서 침을 줄줄 흘리면서도 양손으로 명치에 박힌 롱소드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롱소드를 좌우로 비틀다가 뒤집어 보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눈알이 뒤집히면서, 그리고 바지에서는 인간에게 저렇게 많은 물이 들어있었는가 의심스러울 만큼 다양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바지가 1차로 필터링하니 저정도이지, 만일 바지도 없었더라면 어떤 음란한 광경이 펼쳐졌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흑호방주의 명치에 박힌 롱소드가 조금씩 빠져나오려 하자, 흑호방주는 필사적인 얼굴로 롱소드를 자기 몸 쪽으로 끌어당겨 더 깊숙히 집어넣으려고 했다. 몸에 박힌 롱소드를 더 넣고, 흔들고, 뒤집는다. 그 광경이 무엇을 연상시켰는가에 대해서는 사람이 할 말이 아닌 듯 하여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아으으으...!! 그아아아...!!"
이제는 자기가 자기 혀를 씹는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척추가 끊어졌으니 이제 얼마 살지도 못하겠지만, 명치 부분에서 흥건히 흐르기 시작한 피만 봐도 이놈은 이제 끝났다는 걸 알만 하다. 이제는 바닥에 뒤통수를 찧기 시작하더니 등이 땅에 닿는 만큼 롱소드가 앞으로 빠져나오자 눈깔을 아래로 뒤엎으면서 큰 보물이 자기 손에서 떠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하는 것처럼 손을 허둥댔다. 그러나 이미 다리와 허리는 말을 듣지 않으니 막을 방도가 없다. 마침내 롱소드가 다 빠지면서 다리 쪽으로 넘어지려고 하는 순간, 칼끝이 그의 내장을 좌악 긁어버린 그 순간 이자는 그 광경을 묘사했다간 지옥에 떨어질 것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이 세상의 쾌락을 모조리 끌어모아 폭발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롱소드는 완전히 쓰러지지 않았고, 그가 상체를 뒤틀때마다 롱소드 칼끝이 계속해서 움직였고 그만큼 그는 더욱 더 맛이 갔다. 천주교가 규정한 인간의 7대 죄악조차도 이에 비견할 수 없겠다고 생각할 즈음 이제서야 인간의 목소리 같은 것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내가 틀렷었어!! 내가 잘못 생각했어!! 악..흐으으으.... 으앗... 내가 당하는 거였어! 아우우웃... 으헉!! 그으으으... 아으, 아으..! 역시 네가 아니면 안되는 거였어... 역시 네가 내 메시아였어... 네가 날 아우욱... 구원.... 사랑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옯겼다. 놈의 오줌이 찰박거리는 소리를 내며 구두에 튀겼다. 그 다음엔 장에서 나온 액체가 바지에 튀겼다. 그리고 놈이 옆에 섰다. 완전히 몸에서 빠지지도 못하고 흔들거리는 롱소드를 한손으로 잡았다. 롱소드 손잡이에 추잡한 물이 묻지 않았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나는 비록 예수아 딘 자렛처럼 세상을 구원할 수는 없었으나...."
롱소드의 크로스가드를 양손으로 잡았다.
"단 한명이라도 구원할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그리고 롱소드를 확 비틀자 그의 명치에는 커다란 분홍빛의 구멍이 열렸으며, 흑호방주는 전신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이상 말조차 잇지 못했다.
롱소드를 뽑아내었으나 어디를 둘러봐도 피칠갑된 시체 뿐이라 오물을 닦을 적당한 천조각을 찾지 못해 고민하던 도중, 흑호방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손가락으로 교탁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내 가방이 있다. 거기엔 많은 것들이 들어 있지... 너를 구해줄 수 있는 것들이다. 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야... 승자에겐 선물을 줘야지.."
"원하는 게 뭐냐?"
흑호방주는 간절한 눈으로 나를 보았으며, 나는 그에 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흑호방주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말로 다 할 수 없는 진정한 사랑의 행복 속에서 죽었으며,
내가 생각하건데 그는 자아조차 잃어버리고 영원한 사랑의 소용돌이 속에서 영겁의 세월을 떠돌게 될 것이다.
그게 천국인지 지옥인지는 받아들이는 사람 나름인데, 그는 아마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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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88화 인실좇
언젠가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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