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이란 말 그대로 일반적이란 의미로, 카톨릭 교회라는 말도 보편교회 즉 일반적으로 널리 퍼진 교회라는 의미이다. 아무튼 말을 들어봐도 그렇고 넷상에 올린 것도 그렇고 생각외로 수많은 검객이 보편검술의 꿈을 꾼다.
보편검술이란 뭐냐, 즉 동서양 어디건 검술의 원칙은 다 통하며 검술은 만류귀종이고 어느 하나를 잘 하면 그걸 토대로 다른 것도 다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생각은 아마 내 추측에는 90%이상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너무 보편적인 생각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지경이었는데...
글쎄. MMA라고 해서 여러 무술 잡탕으로 써먹는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기본 베이스에 맞춰서 함께 하면 독이 되는 무술도 있고, 득이 되는 무술도 있다. 이건 기본적인 전술 원칙에 있어서 서로 충돌하느냐 아니냐에 따른 문제이다. 말 그대로 복싱과 영춘권을 함께 배우면 스트라이커에게 도움이 될까?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아닌 줄 알 것이다. 복싱의 펀치와 영춘권의 펀치는 배경 환경도 틀리고 원리 자체가 서로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검술도 다를 게 없다. 서로간에 시너지가 되는 게 있고 아닌 게 있다. 문제는 이런 전술원칙의 개념에 따라서 생각하는 시각을 가진 사람은 전멸에 가까운 수준이고, 국내의 많은 관장들이 그렇듯이 <기술>만 가지고 생각을 한다.
예를 들자. 이런 식이다. 일본의 우케나가시, 세이버의 프라임/세컨드/하이옥타브 패리, 롱소드의 상대 검에 하는 크럼프하우는 아주 비슷하다. 똑같이 내려쳐지는 상대 검에 자루를 위로 칼끝을 아래로 비스듬하게 검을 두어 상대 검을 막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걸 보고 "누오옷! 지구 반대편의 검술이 있을 수 없는 동일함으로!" 이라고 감탄하면서 만류귀종의 대법칙 아래에 겸손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그럼 과연 그럴까? 2011년에 누가 그러기를 크럼프하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크럼프하우는 모든 오버하우를 이긴다고 하는데 수직 머리베기는 비스듬하게 흘려내니까 되는데, 오버하우에 포함되는 존하우는 대각선베기다. 검을 비스듬히 올리면 이게 플랫에 정면 충돌해서 칼이 확 밀려버리는데 이게 된다는 말인가?> 라고 말했는데, 그러면서 의문을 제기하면서 보여준 동작은 그냥 재패니즈 우케나가시였다.
그땐 내가 아는 게 없어서 넘어갔지만 이런 게 대표적인 만류귀종 시각의 폐혜다. 재패니즈 우케나가시는 말 그대로 <막는 동작> 이다. 머리에 우산을 쓰듯이 검을 뒤집어쓰면서 상대의 공격을 막고 흘려내는 동작이며, 그 자체가 공격은 아니다. 그러나 크럼프하우는 상대 검을 막는 게 아니라 상대를 베는 행동이고 그러므로 상대 칼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상대 칼을 강하게 후려친다. 그렇게 됨으로써 마치 자동차가 상호 충돌하여 충격량이 상쇄되는 것처럼 칼끼리 충돌하면서 밀리지 않게 되는 구조가 된다.
이처럼 겉보기엔 다를 바가 없어도 기술 자체의 동작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만류귀종의 시각 아래 자기가 배운 걸 바탕으로만 이해하려는 것으로는 이러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누군가 기술의 동작 방식을 알려준다 치자. 롱소드에서 그런 식으로 하는 건 <절대로 막아서는 안되며 상대를 공격해야만 한다> 는 철칙 아래에서 싸움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방어도 베기로 해야만 한다. 그런데 <칼을 치지 말고 몸을 쳐라>는 철칙이 또 있으므로 칼을 때려서는 안되고 신체를 쳐야만 한다. 그러므로 상대의 몸을 노려서 베는데 그 중간 과정에 상대 칼과 충돌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원리를 가지고 생각을 해야만 그 기술이 왜 그런가를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자기는 찬바라 죽도 카타 등등 다양한 검술의 수련법을 경험하였고 왠만한 곳은 대부분 견식하였고,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30분만 연습하면 저 기술들을 당장이라도 따라할 수 있다고 하던데, 기술이란 건 감 좋은 미경험자라면 5분안에라도 금방 따라할 수 있다. 어려울 것이 없다. 원리를 익혀 그에 따라 싸울 수 있는 것이 중요한 본질이다.
만일 검객인 당신이 보편검술을 원한다면 기술이 아닌 원리를 아는 측면에서 접근하여야만 한다. 그러나 이미 그 시점에서 당신은 보편 검술이라는 목적을 한때의 망상으로 돌아보게 될 것을 나는 확신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당신이 원리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순간 수많은 검술이라는 방법론 중 시너지가 되는 게 있고 아닌 게 있다는 것을 이미 당신은 깨닫고 말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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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크럼프하우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재패니즈 우케나가시를 보여주었던 사람은 이후로도 ARMA의 베기는 <잘못되었다> 고 말하면서 "베기가 끝났을 때에는 반드시 양 팔이 쭉 펴져야만 한다." 면서 <부적합한 실수>를 한시바삐 정정하고 <올바른 베기>를 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사료를 제시했어도 고집이 꺾이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런 방식의 팔 운용은 중단에서 베기가 끝나는 방식에서만 가능하지 서양식의 큰 베기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큰 베기가 끝난 자세인 알버나 베츨을 표현한 삽화 그 어디에서도 팔꿈치가 굽혀지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
이 일화를 소개하는 것은 <보편검술>의 시각이 낳은 폐혜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크럼프하우와 우케나가시는 같을 수 없음에도 우케나가시의 시각으로 크럼프하우를 판단했던 것처럼 롱소드의 베기는 중단에서 멈추는 하프컷이 주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풀컷을 가하는 우리의 모습이 <보편검술>의 관점에서 틀렸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우케나가시와 크럼프하우의 경우에서도 그러했듯이 그건 르네상스 검술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었으며 결국 재패니즈 켄쥬츠의 시각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tag : 검술
보편검술이란 뭐냐, 즉 동서양 어디건 검술의 원칙은 다 통하며 검술은 만류귀종이고 어느 하나를 잘 하면 그걸 토대로 다른 것도 다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생각은 아마 내 추측에는 90%이상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너무 보편적인 생각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지경이었는데...
글쎄. MMA라고 해서 여러 무술 잡탕으로 써먹는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기본 베이스에 맞춰서 함께 하면 독이 되는 무술도 있고, 득이 되는 무술도 있다. 이건 기본적인 전술 원칙에 있어서 서로 충돌하느냐 아니냐에 따른 문제이다. 말 그대로 복싱과 영춘권을 함께 배우면 스트라이커에게 도움이 될까?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아닌 줄 알 것이다. 복싱의 펀치와 영춘권의 펀치는 배경 환경도 틀리고 원리 자체가 서로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검술도 다를 게 없다. 서로간에 시너지가 되는 게 있고 아닌 게 있다. 문제는 이런 전술원칙의 개념에 따라서 생각하는 시각을 가진 사람은 전멸에 가까운 수준이고, 국내의 많은 관장들이 그렇듯이 <기술>만 가지고 생각을 한다.
예를 들자. 이런 식이다. 일본의 우케나가시, 세이버의 프라임/세컨드/하이옥타브 패리, 롱소드의 상대 검에 하는 크럼프하우는 아주 비슷하다. 똑같이 내려쳐지는 상대 검에 자루를 위로 칼끝을 아래로 비스듬하게 검을 두어 상대 검을 막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걸 보고 "누오옷! 지구 반대편의 검술이 있을 수 없는 동일함으로!" 이라고 감탄하면서 만류귀종의 대법칙 아래에 겸손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그럼 과연 그럴까? 2011년에 누가 그러기를 크럼프하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크럼프하우는 모든 오버하우를 이긴다고 하는데 수직 머리베기는 비스듬하게 흘려내니까 되는데, 오버하우에 포함되는 존하우는 대각선베기다. 검을 비스듬히 올리면 이게 플랫에 정면 충돌해서 칼이 확 밀려버리는데 이게 된다는 말인가?> 라고 말했는데, 그러면서 의문을 제기하면서 보여준 동작은 그냥 재패니즈 우케나가시였다.
그땐 내가 아는 게 없어서 넘어갔지만 이런 게 대표적인 만류귀종 시각의 폐혜다. 재패니즈 우케나가시는 말 그대로 <막는 동작> 이다. 머리에 우산을 쓰듯이 검을 뒤집어쓰면서 상대의 공격을 막고 흘려내는 동작이며, 그 자체가 공격은 아니다. 그러나 크럼프하우는 상대 검을 막는 게 아니라 상대를 베는 행동이고 그러므로 상대 칼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상대 칼을 강하게 후려친다. 그렇게 됨으로써 마치 자동차가 상호 충돌하여 충격량이 상쇄되는 것처럼 칼끼리 충돌하면서 밀리지 않게 되는 구조가 된다.
이처럼 겉보기엔 다를 바가 없어도 기술 자체의 동작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만류귀종의 시각 아래 자기가 배운 걸 바탕으로만 이해하려는 것으로는 이러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누군가 기술의 동작 방식을 알려준다 치자. 롱소드에서 그런 식으로 하는 건 <절대로 막아서는 안되며 상대를 공격해야만 한다> 는 철칙 아래에서 싸움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방어도 베기로 해야만 한다. 그런데 <칼을 치지 말고 몸을 쳐라>는 철칙이 또 있으므로 칼을 때려서는 안되고 신체를 쳐야만 한다. 그러므로 상대의 몸을 노려서 베는데 그 중간 과정에 상대 칼과 충돌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원리를 가지고 생각을 해야만 그 기술이 왜 그런가를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자기는 찬바라 죽도 카타 등등 다양한 검술의 수련법을 경험하였고 왠만한 곳은 대부분 견식하였고,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30분만 연습하면 저 기술들을 당장이라도 따라할 수 있다고 하던데, 기술이란 건 감 좋은 미경험자라면 5분안에라도 금방 따라할 수 있다. 어려울 것이 없다. 원리를 익혀 그에 따라 싸울 수 있는 것이 중요한 본질이다.
만일 검객인 당신이 보편검술을 원한다면 기술이 아닌 원리를 아는 측면에서 접근하여야만 한다. 그러나 이미 그 시점에서 당신은 보편 검술이라는 목적을 한때의 망상으로 돌아보게 될 것을 나는 확신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당신이 원리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순간 수많은 검술이라는 방법론 중 시너지가 되는 게 있고 아닌 게 있다는 것을 이미 당신은 깨닫고 말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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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크럼프하우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재패니즈 우케나가시를 보여주었던 사람은 이후로도 ARMA의 베기는 <잘못되었다> 고 말하면서 "베기가 끝났을 때에는 반드시 양 팔이 쭉 펴져야만 한다." 면서 <부적합한 실수>를 한시바삐 정정하고 <올바른 베기>를 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사료를 제시했어도 고집이 꺾이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런 방식의 팔 운용은 중단에서 베기가 끝나는 방식에서만 가능하지 서양식의 큰 베기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큰 베기가 끝난 자세인 알버나 베츨을 표현한 삽화 그 어디에서도 팔꿈치가 굽혀지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
이 일화를 소개하는 것은 <보편검술>의 시각이 낳은 폐혜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크럼프하우와 우케나가시는 같을 수 없음에도 우케나가시의 시각으로 크럼프하우를 판단했던 것처럼 롱소드의 베기는 중단에서 멈추는 하프컷이 주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풀컷을 가하는 우리의 모습이 <보편검술>의 관점에서 틀렸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우케나가시와 크럼프하우의 경우에서도 그러했듯이 그건 르네상스 검술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었으며 결국 재패니즈 켄쥬츠의 시각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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