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세션에서의 실험 스파링 무편집 영상입니다.
사용된 사브르는 원래 헝가리 PBT사의 펜싱 사브르를 19세기 스타일로 개조한 것입니다. 개조 후 중량은 376g이고 개조 포인트는 손잡이의 가죽감기와 그립 보조도구인 마르팅게일의 장착, 칼날의 곡도화였습니다. 칼날길이는 88cm, 전체길이 105cm입니다.
반대로 레이피어는 스페인 데스트레자 검술의 폴첸 컵힐트 레이피어이고 무게는 1.1kg정도, 칼날길이는 95cm이고 전체길이는 113cm, 롱소드는 롱소드 훈련도구인 피더슈비어트(Federschwert)이며 알비온사의 제품 마이어(Meyer)입니다. 중량 1.4kg이고 날길이 92.6cm, 전체길이 121.6cm입니다.
본래 ARMA팀은 르네상스 시대의 검술만을 다루고 근대검술은 다루지 않지만 타류에 대한 경험을 싾고 다른 장비의 특성에 대해 얼마나 대응하는지에 대한 실험을 하는 것이 이 엑스페리멘탈 스파링의 의미입니다. 물론 장비보다는 그걸 쓰는 검술의 능숙함 유무가 가장 중요하지만 다행히도 제가 근대검술을 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만큼은 제대로 된 체험을 시켜주는 것이 가능했죠. 하여간 군용의 고전 세이버의 경험은 멤버들에게 여러차례 보여줄 수 있었지만 이렇게 가벼운 19세기 후반의 결투용 세이버는 다들 경험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중점은 감히 눈으로 볼수도 없는 속도인 펜싱 사브르를 르네상스 검술이 어떻게 대처하는가? 가벼운 장비인 사브르는 롱소드나 레이피어 같은 장비에 대해 어떠한 상성을 가지고 근대검술로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관건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총평하자면 영상에서 보이는 대로 가벼운 사브르는 빠르기는 해도 검의 체급차이가 너무 심해서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근대검술의 핵심인 상대의 검을 막고 치는 패리&리포스트의 검리를 위해서는 먼저 상대의 검을 빗겨내거나 막아낼 수 있어야 하지만, 레이피어만 해도 사브르의 3배에 가까운 무게이기 때문에 검날의 중간 부분으로 빗겨내려고 해도 사브르 칼날의 탄성과 가벼움 때문에 레이피어의 찌르기를 제대로 빗겨낼 수 없었고, 그래서 패리를 하는대도 그대로 찔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의 검을 치우려고 하거나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죠. 레이피어의 경우 상대의 깊은 베기를 유도하고 끌어들이면서 검을 세워서 옆으로 밀어 치워버리는 세컨드 패리를 통해서 밀어내고 상대가 자세를 회복하기 전에 수평베기로 리포스트를 가하는 것으로 이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컵가드에 가까운 부분으로 밀어내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롱소드, 피더슈비어트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아주 쉽게 생각했습니다. 손이 훤히 노출된 무기이기 때문에 상대가 공격하려고 하면 그 틈새를 타서 손을 치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죠. 근대검술에서 타임(Time)이라 부르는 개념인데 실제로 롱소드 상대로 첫판에서는 그렇게 이깁니다. 하지만 금방 무너졌는데 롱소드의 베기를 사브르로는 절대 막지 못합니다. 바로 두번째 스파링에서 사브르가 막으려고 하다가 확 밀려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정도면 단지 먼저 맞는게 문제가 아니라, 막아도 칼이 밀려나면서 맞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롱소드 상대로도 검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하고 결국 뒤로 물러나면서 타임 공격만 노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커다란 컵가드가 있어서 다행이었는데 칼날로는 베기를 막지 못해도 칼날을 타고 와서 컵가드로 받아내는 형태로는 막아내는 것은 가능했습니다.
결론은 결국 먼저 피만 내면 이기는 유럽 결투 룰에 최적화된 도구, 심하게 말하면 날선 회초리에 다름아닌 사브르로는 뭔가를 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저 장비가 진검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강하게 후려쳐도 피만 나고 말라고 저렇게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이상적인 방어 반격을 해내더라도 상대는 멀쩡하고 다음 공격에 맞아죽는 결과 말고는 없다는 것이죠.
결국 아무리 가벼워도 최소 700g이상의 근대 군용 세이버를 사용해야 최소한의 의미가 있고 근대검리를 이용해 대응할 수 있지 펜싱 사브르로는 살상을 위해 만들어진 롱소드, 레이피어, 고전 세이버, 일본도 등의 정규 도검은 상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나마 쉽게 망가질 거라 예상한 사브르 S2000블레이드와 알미늄 재질의 사브르 컵가드가 롱소드 상대로도 멀쩡할 만큼 생각외로 튼튼하다는 것은 좋은 결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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