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많이 찍어서 올려주는 우리의 MEMAG(Medival European Martial Arts Guild)가 이번에 예거스톡술을 찍어서 올려줬군요. 항상 고마운 일입니다. 예거스톡이란 영어로 헌팅스틱, 요컨데 사냥터에서 사용하는 창날이 양쪽에 달린 단창을 말합니다. 르네상스 시기의 유럽에서는 사냥용 무기가 별도로 유행했습니다. 굵은 창대에 넓은 창날을 갖추고 분리가 편하게 만든 멧돼지 전용 창이라던가, 넓고 강한 절삭력을 갖춘 중세시대 펄션의 후계자인 고기 해체 및 손질용의 헌팅 소드라던가, 마상에서 사냥감을 베기 편하게 만든 사냥용 세이버 등이 존재했고 사냥을 즐기는 귀족층 전용이다 보니 상당히 화려한 장식과 풍부한 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헌팅 소드 중에는 칼집에 붙은 작은 칼집에 나이프와 포크, 날을 세울 수 있는 줄을 수납할 수 있게 된 것도 있죠. 멧돼지 전용 창(Boar Spear)는 16세기부터 군대에서 지휘관용의 예장으로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예거스톡은 하프 파이크로 분류됩니다. 파이크의 절반 길이이니 1.8~3m 정도죠. 삽화를 보면 2.5m정도로 보여집니다. 영상의 예거스톡술은 1628년에 태어나 1678년에 사망한 독일 드레스덴 출신의 검객 요한 게오르그 파샤(Johann Georg Pascha)가 1670년에 출판한 책에 의거하는 기법입니다. 요한 게오르그 파샤는 이 예거스톡만 있으면 한명이 10명에서 30명의 검을 든 적을 상대할 수 있다고 장담했습니다. 엄청난 자신감이죠.
다만 기법상으로 크게 특출난 것은 없습니다. 16세기부터 보이는 르네상스 시대의 봉술 경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요아힘 마이어의 미틀훗과 수평치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과 더불어 전체적으로 중부 유럽의 봉술 전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다만 쌍두 단창의 특성상 양쪽으로 찌르며 다수를 상대하는 기법을 기본으로 삼는다는 점만 좀 다릅니다. 그런 점에서 특출날 건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좋은 점은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가에 대해 가이드를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중세-르네상스 시대의 무술서의 특징은 검리도 있고 기술도 있는데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이드가 딱히 없습니다. 검리와 기술을 제시하면서도 훈련법을 간단하게나마 빼놓지 않는 근대검술 매뉴얼들과의 가장 큰 차이죠. 하지만 1670년이면 이미 스몰소드와 패리&리포스트 기법이 대세화되어가는 시점이며 근대검술의 태동기였던 만큼 요한 게오르그 파샤는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가에 대해 34가지의 훈련법으로 정리해 놓은 것이 특징이고 이로 인하여 예거스톡만 덩그러니 놓고 뭐부터 해야 할지 감도 못잡는 초보자들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혼자서 하는 동작을 보여줄 뿐 공방법에 대해 말해주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예거스톡술 자체가 르네상스 쿼터스태프 기법을 그대로 잇는 것인 만큼 공방법에 대해서는 기존 르네상스 매뉴얼을 참고하면 됩니다. 이래서 교차검증과 매뉴얼의 질과 양이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죠. 이 예거스톡술의 의미는 단창/봉/예거스톡 등에 모두 적용되는 보편적 기법에 대한 훈련 가이드가 되어준다는 데에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하여간 예거스톡이라는 거 참 괜찮네요. 저도 한번 사와서 만들어볼 만 하겠습니다.
더불어 요한 게오르그 파샤가 말하는 30명쯤 잡는다는 검객은 시대를 생각해보면 당연하지만 레이피어와 헌팅소드를 든 검객으로, 레이피어는 이미 영국 선원과의 스태프 대결에서 3대1로 털리는(각각 사망, 중상, 칼떨어트림) 수모를 당한 적도 있는데 17세기의 레이피어는 길이를 극단적으로 길게 하다 보니 칼날의 강도가 약해지고 두께와 폭도 좁아져 쿼터스태프의 질량 타격을 절대로 막을 수 없었기 때문에 엄청나게 상성이 나빴습니다. 억지로 막다가는 티바울트 선생 말대로 "검이 단검이 되므로 하지 마라" 의 상황이 벌어지겠죠. 예거스틱이 10명에서 30명도 상대할 수 있다는 주장은 가뜩이나 폴암과 상성이 극단적으로 나쁜 레이피어나 지나치게 짧은 헌팅소드의 경우에만 그렇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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