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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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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버 검술 훈련시 참고하기 좋은 무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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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버 검술에 있어서 교범만으로는 명확한 한계가 있습니다. 대부분 군용으로 간략화된 시스템이라, 19세기에는 전형적인 원거리 유지& 방어와 반격 시스템만을 가지고 있어서 중근거리, 동시 공격 개념까지 올라운드로 포괄하려면 17~18세기 매뉴얼까지 참고해야만 하죠. 하지만 이것으로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베기를 할 때 손가락은 어떻게 작용하는지, 손목이나 팔의 궤적은 어떠한지, 또 베기에서 베기로 바꿀 때나 각 방어 자세에서 공격으로 나아갈 때 어떤 것이 강하고 약한지와 전환 요령 등은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서 잘 다루지 않습니다. 드물게 Rules and Regulations for the Sword Exercise of the Cavalry, 1796 처럼 각 베기에 따른 손목과 손가락의 작용을 자세하게 다룬 것도 있습니다만 이조차도 모든 것을 다 다룬 것은 아니죠.

이럴 때 참고자료가 된 것이 바로 노바스크리마, 깐느 드 꼼밧, 칼리-아르니스와 같은 무술들입니다. 노바스크리마와 깐느 드 꼼밧은 19세기 지팡이 호신술에서 기원하는데 지금도 경기와 수련이 활발히 이루어져 있는, "살아있는" 무술이죠. 이들은 지팡이술 자체를 세이버 검술을 변형시켜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이 곧 고전 세이버 움직임과 같은 이치를 가집니다. 물론 지팡이의 특성상 칼날에 의한 저지력을 배제하고, 타격력으로만 상대를 제압하므로 큰 움직임을 추구하고 작은 움직임은 배제하는 특성이 있습니다만, 훈련 방식이나 방어 자세, 기본 타격 라인 모두 세이버 검술과 동일하므로, 지팡이술의 환경에서 생긴 특성만 잘 파악하고 구분해서 받아들인다면, 그만한 참고가 또 없습니다. 특히 깐느는 제가 본 어떤 근대무술에서도 그렇게 드롭(Drop: 주저앉으면서 머리베기를 피하고 다리를 치는 기술)을 활발하고 주력으로 쓰는 경우를 못봤죠.

칼리-아르니스도 좋은 참고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 칼리의 형태를 보면, 필리핀 원주민 무술+근대 유럽무술의 훈련체계의 형태로 융합되어 체계화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페니쉬 써클을 바닥에 그리고, 8방향의 베기 궤도를 그리고 물리네(베고 칼을 돌려서 제자리로 돌아오거나 컨트롤하는 것)를 연습하는 것, 플로우 드릴(Flow Drill)을 하는 것 등은 명백한 유럽의 영향이죠. 하지만 유럽의 지팡이술보다 한세대 이전의 실전적인 스타일을 향유하고 있기 때문에, 19세기식의 원거리 방어&반격의 군용검술 이전의 올드 스타일, 진짜 싸움에 가까운 근대검술을 추구한다면 칼리를 참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령 지팡이술은 전형적인 원거리 방어&반격 체계를 가집니다. 이는 형성 자체가 근거리 동시 타격 상황이 검술에서 거의 소멸한 19세기 후반의 검술을 참고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죠. 허나 칼리는 그뿐만이 아닌 동시 상황도 함께 상정을 합니다. 흔히 말하는 동시 상황이란, 누가 공격하면 누구는 막아주고 이런 게 아니라, 서로 동시에 때리게 되는 것을 말하죠. 물론 싸움 중에서는 서로 때리려다 보니 크로스카운터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검술적으로 동시란 그런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용의주도하게 이루어지는 행동입니다. 원거리 방어&반격은 근본적으로 상대 공격에 대해 수동적으로 행동하니, 머리를 칠 줄 알고 방어했는데 아래를 치면 대책이 안서게 되죠. 이런 불확실성에서 조금이라도 탈출하기 위해 상대와 같은 라인에 공격을 가해서 베기를 차단하는 것이 검술적인 의미의 동시 상황입니다. 여기에서 또다른 싸움이 벌어지게 되죠.

칼리는 근거리 동시, 원거리 방어&반격 양쪽을 모두 다 가지고 있으며, 스텝 면에서도 근대 유럽적인 부분이 상당수 보이는 만큼, 17~18세기 초의 불친절한 올드 스타일 매뉴얼에서 답을 구하려다가 막힌다면 바로 참고할 수 있는 살아있는 표본인 것이죠. 저는 그간 개인적으로 막히는 이치에 대해서 이러한 무술들을 참고하면서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칼리=근대 유럽검술 그 자체인 것은 아닌 만큼 칼리를 떼어다가 근대 것인 양 포장해서는 안되고, 고전 교범들이 중심이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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