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히테나워류를 하면서 듣는 피드백 중 하나가 왜 너희들은 간합도 재지 않고 무작정 달려드느냐입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거리개념과 보법 자체가 없는데 이게 무슨 검술이냐, 주말 빌런들의 개싸움일 뿐이다 정도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정확한 건 리히테나워류가 원래 그렇다 입니다. 거두절미하고 리히테나워류가 거리를 두고 큰 걸음으로 들어가며 치는 것은 "위험한 싸움"이라고 보며, 가까이 들어가서 상대의 칼을 내 칼로 잡아둔 상태에서 싸우는 것이 "진정한 싸움"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미 1389년 문서인 한코 되브링어의 MS 3227a에 그렇게 나와 있지요. 한마디로 검도나 펜싱이 복싱이라면 리히테나워류는 중국권법과 비슷합니다. 복싱이 거리를 두고 스텝과 함께 전진하며 치며 항상 어느정도의 거리를 유지한다면 리히테나워류는 그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 안에서 싸운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다르디 학파나 펜싱이 한번의 스텝으로 상대를 칠 수 있는 거리를 잡고 칼끝으로 상대방을 견제하며 심리전이나 페인트 등으로 상대방을 무너뜨린 다음 한걸음에 한방으로 쳐서 이기는 것과는 반대로 리히테나워류는 일단 상대방에게 깊게 들어가서 싸우게 됩니다. 일단 들어가면서 큰 베기를 한번 날리기는 하는데 이걸로 한번에 이기는 것이 기본이기는 하나 실패할 것을 간주하고 그 다음 상대가 막든지 받아치든지 해서 검이 교차된 순간부터 진정한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들어가기 위해서는 오른발을 앞에 두고 상대를 견제하며 압박해서는 안되고, 보통 걷는 것과 마찬가지로 강하게 치고 들어가며 연속공격을 날리면서 상대방의 기를 죽여놓은 상태에서 2타 3타 4타 5타로 승리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들어가는 과정에서 거리를 둔 큰 걸음은 움직임 사이에 빈틈이 커지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요격당하기 쉬워지므로 자연스럽게 짧은 잔걸음을 이용해야 틈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 잔걸음의 유용함은 1389년 한코 되브링어의 MS 3227a에서도
"또한 그대는 싸움에 있어서 적절한 제어와 법도를 필요로 하니 그대는 앞으로나 뒤로나 너무 멀리 발을 딛지 말아야 하고 그로써 그대의 첫 걸음에서부터 자세를 회복하기까지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대는 적절히 발을 딛을 수 있을 것이다. 때때로 한 번의 긴 걸음보다는 짧은 두 걸음이 유용하고 때로는 많은 작은 걸음으로 짧게 달려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폭발적인 내딛기나 뛰어들기도 때로는 필요하다."
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일반적인 관념이 한 스텝에 한번 칠 수 있는 거리에서 상대를 견제하며 1cm의 거리 싸움을 벌이다가 탕 치는 개념이라면, 리히테나워류의 관념은 되든 안되든 상대가 날 벨 수 있는 거리까지 과감하게 들어가면서 치고 거기서부터 싸움을 시작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움짤로 표현하자면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검술의 보법)
(리히테나워류의 보법)
이정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사실 리히테나워 보법의 진가를 보려면 관찰해야 되는 부분이 따로 있는데 상대방과 교전 거리까지 들어갔을 때 사선과 볼타를 이용하여 상대방의 측면을 얼마나 잘 잡는가, 그리고 발끝을 이용하여 몸의 회전이나 관성을 통제하는가, 자세를 높고 낮게 잡으며 양발에 저울과 같은 균형을 얼마나 잘 유지하는가 등이 사실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점에선 제가 확실히 부족합니다.
그래서 보법이 없다 라는 소리를 들어도 딱히 부정하지도 않고 화가 나지도 않았습니다. 사실 그런 말을 해준다는 것 자체가 상대방이 화날 걸 감안하고 잘되라고 하는 말이고, 거기에 일일이 토를 달면서 이건 이렇네 하는 건 애초에 말을 듣지 않고 내가 무조건 맞다고 주장하는 찐따짓에 다름아니고요. 그리고 그러면 피드백을 아예 안해줍니다. 화가 안나는 것도 마찬가지로 현대 복싱이 베어너클 복싱을 이해 못하고 근대검술이 중세검술을 이해 못하는 것처럼 전혀 다른 심지어는 자기 유파에서 하지말라는 짓만 골라서 하는 것을 보면 당연히 이해가 안되기 마련이니까요. 제 경우 상반된 두가지 검술(근대검술, 중세검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각 차이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별반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리히테나워류는 대체 왜 그렇게 움직이는 것인가? 에 대해 한번쯤 설명해둘 필요성은 느꼈기 때문에 이 포스팅을 작성한 것이죠.
그러고보니 그럼 이 두가지 보법들 중에서 뭐가 더 우월하냐는 생각이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상반된 두가지 검술을 하는 입장에서 느낀 건 각자 검술에서 시키는 대로 철저하게 따를 수 있는 쪽이 더 우월합니다. 리히테나워류는 연타를 치며 맞든 빗나가든 마구 몰아치라고 하는데 맞을 거 생각하고 우물쭈물하는 순간 세이버가 바로 손이나 머리를 후려칩니다. 상대의 기를 꺾고 마음을 조용히 하며 기회를 잡아 번개같이 쳐버리는 데에는 근대검술만큼 잘하는 곳이 없거든요.
하지만 반대로 상대가 기세의 기암괴석을 굴려오면서 칼끝을 두려워 않고 강하게 후려치면서 몸통박치기 하듯 들어오면 제가 막을 수밖에 없는데, 물러나는게 달려드는 것보다 느리기 때문에 리히테나워류 최적의 간격에 잡히게 되고 그러면 뒷날 연타나 칼 붙잡기에 두들겨 맞습니다. 하지만 시합에서는 아무래도 서로 기세를 안정시킨 상태에서 임하게 되기 때문에 승률은 세이버나 검도 같은 거리 두고 견제하면서 길게 치는 것이 좀 유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tag : 검술, 검도, 보법, 서양검술, ARMA, 근대검술, 세이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정확한 건 리히테나워류가 원래 그렇다 입니다. 거두절미하고 리히테나워류가 거리를 두고 큰 걸음으로 들어가며 치는 것은 "위험한 싸움"이라고 보며, 가까이 들어가서 상대의 칼을 내 칼로 잡아둔 상태에서 싸우는 것이 "진정한 싸움"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미 1389년 문서인 한코 되브링어의 MS 3227a에 그렇게 나와 있지요. 한마디로 검도나 펜싱이 복싱이라면 리히테나워류는 중국권법과 비슷합니다. 복싱이 거리를 두고 스텝과 함께 전진하며 치며 항상 어느정도의 거리를 유지한다면 리히테나워류는 그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 안에서 싸운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다르디 학파나 펜싱이 한번의 스텝으로 상대를 칠 수 있는 거리를 잡고 칼끝으로 상대방을 견제하며 심리전이나 페인트 등으로 상대방을 무너뜨린 다음 한걸음에 한방으로 쳐서 이기는 것과는 반대로 리히테나워류는 일단 상대방에게 깊게 들어가서 싸우게 됩니다. 일단 들어가면서 큰 베기를 한번 날리기는 하는데 이걸로 한번에 이기는 것이 기본이기는 하나 실패할 것을 간주하고 그 다음 상대가 막든지 받아치든지 해서 검이 교차된 순간부터 진정한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들어가기 위해서는 오른발을 앞에 두고 상대를 견제하며 압박해서는 안되고, 보통 걷는 것과 마찬가지로 강하게 치고 들어가며 연속공격을 날리면서 상대방의 기를 죽여놓은 상태에서 2타 3타 4타 5타로 승리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들어가는 과정에서 거리를 둔 큰 걸음은 움직임 사이에 빈틈이 커지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요격당하기 쉬워지므로 자연스럽게 짧은 잔걸음을 이용해야 틈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 잔걸음의 유용함은 1389년 한코 되브링어의 MS 3227a에서도
"또한 그대는 싸움에 있어서 적절한 제어와 법도를 필요로 하니 그대는 앞으로나 뒤로나 너무 멀리 발을 딛지 말아야 하고 그로써 그대의 첫 걸음에서부터 자세를 회복하기까지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대는 적절히 발을 딛을 수 있을 것이다. 때때로 한 번의 긴 걸음보다는 짧은 두 걸음이 유용하고 때로는 많은 작은 걸음으로 짧게 달려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폭발적인 내딛기나 뛰어들기도 때로는 필요하다."
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일반적인 관념이 한 스텝에 한번 칠 수 있는 거리에서 상대를 견제하며 1cm의 거리 싸움을 벌이다가 탕 치는 개념이라면, 리히테나워류의 관념은 되든 안되든 상대가 날 벨 수 있는 거리까지 과감하게 들어가면서 치고 거기서부터 싸움을 시작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움짤로 표현하자면


이정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사실 리히테나워 보법의 진가를 보려면 관찰해야 되는 부분이 따로 있는데 상대방과 교전 거리까지 들어갔을 때 사선과 볼타를 이용하여 상대방의 측면을 얼마나 잘 잡는가, 그리고 발끝을 이용하여 몸의 회전이나 관성을 통제하는가, 자세를 높고 낮게 잡으며 양발에 저울과 같은 균형을 얼마나 잘 유지하는가 등이 사실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점에선 제가 확실히 부족합니다.
그래서 보법이 없다 라는 소리를 들어도 딱히 부정하지도 않고 화가 나지도 않았습니다. 사실 그런 말을 해준다는 것 자체가 상대방이 화날 걸 감안하고 잘되라고 하는 말이고, 거기에 일일이 토를 달면서 이건 이렇네 하는 건 애초에 말을 듣지 않고 내가 무조건 맞다고 주장하는 찐따짓에 다름아니고요. 그리고 그러면 피드백을 아예 안해줍니다. 화가 안나는 것도 마찬가지로 현대 복싱이 베어너클 복싱을 이해 못하고 근대검술이 중세검술을 이해 못하는 것처럼 전혀 다른 심지어는 자기 유파에서 하지말라는 짓만 골라서 하는 것을 보면 당연히 이해가 안되기 마련이니까요. 제 경우 상반된 두가지 검술(근대검술, 중세검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각 차이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별반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리히테나워류는 대체 왜 그렇게 움직이는 것인가? 에 대해 한번쯤 설명해둘 필요성은 느꼈기 때문에 이 포스팅을 작성한 것이죠.
그러고보니 그럼 이 두가지 보법들 중에서 뭐가 더 우월하냐는 생각이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상반된 두가지 검술을 하는 입장에서 느낀 건 각자 검술에서 시키는 대로 철저하게 따를 수 있는 쪽이 더 우월합니다. 리히테나워류는 연타를 치며 맞든 빗나가든 마구 몰아치라고 하는데 맞을 거 생각하고 우물쭈물하는 순간 세이버가 바로 손이나 머리를 후려칩니다. 상대의 기를 꺾고 마음을 조용히 하며 기회를 잡아 번개같이 쳐버리는 데에는 근대검술만큼 잘하는 곳이 없거든요.
하지만 반대로 상대가 기세의 기암괴석을 굴려오면서 칼끝을 두려워 않고 강하게 후려치면서 몸통박치기 하듯 들어오면 제가 막을 수밖에 없는데, 물러나는게 달려드는 것보다 느리기 때문에 리히테나워류 최적의 간격에 잡히게 되고 그러면 뒷날 연타나 칼 붙잡기에 두들겨 맞습니다. 하지만 시합에서는 아무래도 서로 기세를 안정시킨 상태에서 임하게 되기 때문에 승률은 세이버나 검도 같은 거리 두고 견제하면서 길게 치는 것이 좀 유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tag : 검술, 검도, 보법, 서양검술, ARMA, 근대검술, 세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