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HEMA토너먼트 스파링을 시도해 봤습니다. HEMA장비로 산 건 아니고 고품질 갬비슨으로 쓰려고 SPES 펭크슐 그단스크 자켓을 수입했던 적이 있었죠. 여하간 이러니 저러니 해도 ARMA는 작은 물이고, HEMA토너먼트는 큰 물입니다. 넓게 인정받으려면 결국 큰 물에 나가야 하고, 큰 물에서는 큰 물의 룰을 따라야겠죠. 아침 멤버들마다 이런 저런 이유로 HEMA장비들은 다들 조금씩 수입한 상태여서 작정하고 HEMA스파링을 시도해 봤습니다.
야간이라 잘 보이지도 않는데다가 자켓을 착용하고 싸우니 다들 과감해져서 맞아도 한대 더치는 현상이 발생하다 보니 평소와는 달리 밝기를 올리고 킬캠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HEMA자켓은 방어력이 놀라운 수준입니다. 이전에는 그냥 툭툭 쳐보고선 충격이 그대로 온다 정도로 결론 내렸는데, 입고 죽으라고 쳐맞아도 느낌이 없고, 심지어는 다들 맞아도 모르고 계속해서 돌진하거나 한대 더 치는 등, 목을 찔려도 아픈 줄 모르는 정도였습니다. 야간에는 여러 이유로 사고가 나기 쉬운데 안전장비로 상당히 좋습니다. 스포츠 펜싱처럼 부상의 위험 없이 격렬하게 스파링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갬비슨 타입은 입기 불편하니 펜싱 자켓 디자인을 도입한 엑셀 페터슨 자켓이 더 좋습니다.
움직임은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지만 일부 제한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일단 어깨 팔뚝 부분 패딩이 두껍다보니 무겁고 머리 위로 상단을 취하거나 리히테나워류 특유의 머리높이 뒷날 와인딩 컷을 하면 체력이 빠르게 소모됩니다. 그리고 팔이 무겁고 두꺼워서 돌려칠 때 텀이 생겨서 그 틈을 치고 들어오기 쉽습니다. 그러다 보니 체력이 빠지면서 점차 와인딩 컷은 잘 안하게 되고, 앞날 위주의 공격이 되고, 앞날을 쓰다 보니 중거리보다는 아예 원거리 아니면 몸받음 둘중 하나를 택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갬비슨을 착용하고 싸울 때에는 리히테나워류보다 피오레 류가 더 알맞는다는 이야깁니다. 역시 갬비슨과 장갑을 끼고 다섯번 진검대결을 해서 승리하신 분 답네요. HEMA토너먼트에 출진할 때에는 피오레 류를 많이 참고하고 그 위주로 수련해야 하겠습니다. 그렇다기보다도 리히테나워류에서 머리높이 와인딩 뒷날치기를 빼면 그게 피오레 류죠.
그리고 다들 팔이 굽혀진 상태로 제작되다 보니 뻗었을 때 간격이 좀 짧아집니다. 평복 상태보다 한 10cm짧아지는 것 같네요. 그래서 원거리 앞날 위주로 싸워야 하되 평시 간격보다 좀 더 들어가야 제대로 된 공방이 가능해집니다. HEMA그룹 친구들이 거리 두고 타이밍 위주로 때리는 이유를 알만합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두둑한 배짱으로 방어의 확신을 가지고 치고 들어가야 하는데 공격도 완성이 안되고 바인딩도 잘 못하는데 마스크의 거리감도 문제를 일으키니 그렇게 되는 것 같네요.
HEMA그룹의 스파링과 비교했을 때 HEMA장비를 착용하고 앞날 위주로 사용하면서도 대체적으로 확실한 방어, 확실한 공격,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 그룹의 장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장비탓도 분명히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닌데 본질은 실력이라고 봐야겠네요.
그리고 상대방을 마구 때려도 되고 나도 보호를 받는다고 생각이 되니까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이 큼직큼직해지고 쉽게 상대방 뒤통수를 치게 됩니다. HEMA에서 머리 뒤통수 보호를 하는 이유를 알만 하네요. 이것도 우리 그룹에서 보유중인데 다만 뒤쪽 날개가 너무 길면 머리가 안돌아갑니다. 구입하게 되면 잘라서 줄여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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