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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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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의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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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MA 즉 역사적 유럽무술 훈련 영상입니다. 석양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센치하게 만들죠. 그래서 담배 한 갑이라는 노래를 넣었습니다. 소련 전역을 휩쓴 가수임에도 저작권 개념이 없던 공산주의 체제 탓에 큰 돈을 벌지 못하고 보일러 수리공으로 살아간 청년이라 그런가 가사 하나하나가 깊은 사색이 느껴집니다. 그냥 시인이죠. 특히 "주머니 속에 담배 한 갑이 있다면 오늘도 그렇게까지 나쁜 날은 아니겠지"라는 가사는 제 가슴 깊은 곳에 담배 한 갑을 찔러 주었습니다.

원래 소드&버클러는 할 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사게 됐습니다. 이전에는 다르디 학파의 사이드소드&버클러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무술이라는 것은 적당히 포인트만 짚어서 하면 안되고 해당 유파의 체계를 온전히 밟고 마인드맵을 복사받아야만 하고, 그 길은 유파의 단어를 외우고 고유의 개념을 이해하고 카타 구미다치와 기본기 훈련을 통해 몸의 움직임과 기초 기술 패키지를 온전히 자기것으로 만들어야만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리히테나워라는 것을 해도 생각보다 방대하니 아무리 최고 전문가의 한글 번역이 제공되어도 타유파까지 외우고 그 카타 구미다치를 전부 할 처지가 아니니 결국 경력이 짧아도 그 체계대로 열심히 한 사람을 경력이 길고 스파링 경험이 많아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더군요. 이거저거 건드리고 이도저도 아닌자가 되느니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사이드소드를 해도 파울루스 헥터 마이어나 요아힘 마이어의 리히테나워 체계아래로 편입된 체계를 하는 것이 낫고, 전문이 번역된 요아힘 마이어의 레이피어(=사이드소드)를 하는 게 맞다고 봤지요. 하지만 이것도 전부 다 하기 어려운 판이고, 타류를 편입시킨 것이니 기왕이면 움직임과 기본 전술이 일치하는 안드레 리그니쳐의 리히테나워류 소드&버클러 체계를 하는게 낫다고 봤습니다. 같은 이유로 I.33도 그다지 할 생각이 없는편입니다.



이건 동양무술 훈련 영상입니다. 원래는 훨씬 길지만 음악에 맞추느라 많이 줄였죠. BGM은 일본 사극 "풍림화산"의 주제가입니다.

서두에 나오는 대사는 일본 남조의 충신 구스노키 마사시게와 동생 마사쓰라가 미나토가와 전투에서 패배하고 자결할 때 나눈 대화를 논픽션 소설에 가까운 <태평기>라는 책에서 수록한 것인데, 대화가 문학적인데 묻어나는 충심이 마음에 큰 진동을 주어 수록하게 되었습니다. 나름 일본사극 같은 느낌을 주어보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마사시게가 환생해서 현대에 옛 무술을 복원하며 살아가는 그런 느낌이 되어버렸네요.

나오는 것은 단도법선, 장도, 쌍수도 혹은 용검/평검이라 불리는 조선의 도법, 연병실기 대봉, 이화창 길이의 랜스, 소림곤법천종, 기효신서 당파 등입니다.

소림곤법천종 봉은 스펙대로 2.45m짜리이고 뒤는 40mm, 앞은 30mm지름이며 폰티아낙 레드우드 재질이라 아주 강하고 튼튼합니다. 하지만 소림곤법천종이 너무 방대하고 투로도 여러가지라 다르디 학파에 대한 입장과 마찬가지로 이걸 다 재현할 수는 없는 처지고, 제 제대로 된 무술로 편입시키기도 어렵기 때문에 적당히 요소만 뽑아서 따라해 봤습니다. 쓰게 된다면 요아힘 마이어 봉술로 쓰게 될 것 같네요.

공교롭게도 요아힘 마이어와 고전 리히테나워 봉술, 소림곤법천종과 검경의 처지는 비슷합니다. 둘다 원래는 오른손이 앞, 봉의 중간쯤을 잡고 앞뒤를 자유자재로 돌려치면서 싸우는 방식이었으나, 요아힘 마이어와 곤법천종은 분명히 예전 체계를 이었음에도 왼손이 앞이고 뒷손이 봉 끝을 잡아 최대한 길게 쓰며 체계도 제법 변개된 것이 똑같습니다. 그래도 요아힘 마이어가 심하게 변개되지 않은 반면, 검경은 굉장히 간결한 기술 몇가지로 180여수를 전개하는 반면 소림곤법천종은 자세도 투로도 기법도 엄청나게 많이 늘어났으며, 현대 중국 곤법과 거의 유사하다는 점에서 변개의 수준이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겁니다.

장도, 쌍수도, 단도법선, 수비록 단도편 모두 신유도법의 범주 안에 속하긴 하지만 단도법선의 움직임은 일반적인 중국민간무술의 움직임이 제법 혼합된 경우라 그대로 제것으로 만들기는 매우 힘들며 중국무술가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력은 장도, 쌍수도와 변경 체계인 제독검, 본국검 등의 군사 도법을 쓰는 수밖에 없겠네요.

그래서 동양무술에서도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얼마 안 되는데 신유도법 군사체계, 검경, 조선세법 정도가 끝입니다. 역사적 무술을 하는데 창시자의 마인드맵을 가장 쉽게 복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직접 번역하거나 번역의 오류를 잡아내는 작업 등으로 텍스트에 상당히 함몰되는 것인데, 이 세가지는 모두 그런 과정을 거쳤고 상당히 영상도 자주 찍고 연습도 하기 때문에 가져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완전히 다른 움직임이 아니라, 조선세법은 허리베기와 요보세를 제외하면 상당수의 움직임이 피오레의 롱소드와 겹치고, 장도/쌍수도는 양손으로 쓰는 세이버 검술이라고 해도 될정도이며, 검경은 봉술에 대한 이해가 0이었다가 처음부터 검경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모두들 기존의 움직임과 전혀 다른 체계를 지우고 덧씌우는 고생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비슷한 점만큼이나 다른 점도 많지만, 초반 이해에 있어서 기존 경험치를 보상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빠르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이제 모든 것이 최종단계에 다다른 만큼 라스트 프로젝트에 진입할 준비가 끝났습니다.

타단체와 가장 차이나는 것은 좌우전(左右纏)인데, 전纏은 이화창, 곤법천종, 심지어 권법에서까지 명나라 중국무술 용어에서 모두 붙이고 창으로 란나하며 휘감는 것을 말합니다. 즉 앞에서 원을 그리며 휘감아 내리는 것이지 기존 단체처럼 빙글빙글 좌우로 돌리면서 칼을 뒤집어 찌르는 것이 아닙니다. 조선과 중국은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는데, 조선 후기 무술체계는 중국의 강력한 영향 하에 있으며 모든 단어는 중국무술과 동일합니다. 더이상 말할 필요조차 없지요. 기술적으로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안자세나 전기세 모두 조선세법에서 온 것이 확실한만큼 조선세법의 움직임을 적극 적용하면 모순이라고 생각한 것도 어렵지 않게 커버 가능합니다.

발표만 기다리시면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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