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사료를 통해 원래 모습을 찾아낼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술 그 자체를 설명한 사료들인데, 보통 이 경우 글과 그림이 같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중 나는 글을 우선하는데, 그림은 보통 그 기술에서 나오는 동작의 특정 시점을 그리기 때문이고, 원근법 등 화법이 정립이 제대로 안되었을수록 신뢰성은 떨어진다.
그에 비해 글은 특정 동작이나 자세 등을 설명하는 고유단어만 명확해지만 확실하게 동작들을 구현해 낼 수 있기 때문에 우선시된다.
문제는 그렇다고 그림을 무시할 순 없다는 것. 이를테면 리히테나워 계열 문서에서 존오트를 나타내는 그림들 중 많은 것들이 쌩뚱맞게 바이콘 자세를 하고 얼굴을 노리고 있는데, 이 경우 텍스트와 전혀 맞지 않는다. 존하우를 치고 칼이 엮인 상태에서 바로 가슴이나 얼굴을 찌르라고 하니 랑오트가 더 맞기 때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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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쌩뚱맞은 그림들이 많고, 원전보다는 베껴 그린 후대의 그림들은 점점 묘사가 산으로 갈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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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덱스 발러슈타인 그림 따라그린게 보통 그런데
사실 이쯤되면 그림을 무시할 만 하겠다 싶지만 검리를 이해하고 나면 저게 무슨 장면인지 다 이해가 간다. 가령 앞서 언급한 바이콘으로 얼굴 찌르는 장면은 상대가 존하우를 높게 멈춰서 가슴찌르기를 완전 봉쇄한 경우인데, 존오트 카타 교육중 본능적으로 이렇게 방어하려는 사람이 거의 90%이상이었고, 그때 엮었을때 얼굴을 찌르려면 바이콘 말곤 방법이 없다.
피오레처럼 그냥 길게 뻗어서 얼굴을 찌르는게 아니라, 뻗어서 가슴을 찌르고 바이콘으로 얼굴을 찌르는게 글에서는 안나오는 특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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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그림도 마찬가지였다. 양쪽에서의 크럼프하우는 숫제 한쪽은 내려칠 준비 한쪽은 뒤로 거꾸로 세운 기괴한 자세이지만 사실은 서로 베기가 지나가는 중간 장면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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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에 둘다 옥스 하고 있는 기괴한 장면도 쉴러를 크럼프로 쳐내고 팔을 쉴러로 때린 상황이다.
이쯤되면 그림은 글이 표현해주지 못하는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알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빠지는 함정이 그림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텍스트를 무시하고, 검리의 이해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뇌피셜로 사이사이의 동작을 집어넣다 보니 결과물에서 아주 멀어지는 것.
아마 복원무술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면 진짜 과거의 것을 100%재현했다고 주장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사료 근거는 10%도 안하고 90%이상이 뇌피셜, 민족주의, 타류 갖다붙이기로 범벅되어있으며 당연히 스파링에서는 붙는 족족 털려나가는 것을 봐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다른 것들은 어느정도는 글과 그림이 맞거나 달라도 그림이 글을 보조하는 방식인데 조선무술사료는 다른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민간무술의 경우 단어 하나하나가 특정 동작을 의미하므로 굉장히 엄격하게 구분해서 쓰는데, 민간무술의 관점으로 조선군사무술사료를 접근하면 여기서부터 탈이 난다. 족과 보의 용례가 엄격할 것이라 생각하고 접근하면 총도의 절반이 무너지고, 다른 지시어와도 충돌이 생긴다.
가령 족은 앞발이 그대로 앞으로 가는 것, 보는 뒷발이 앞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여기면, 쌍수도 첫번째 투로 향전격적 중간-좌-우를 예로 들 경우 분명히 그림에서는 오른발-왼발-오른발 순으로 나가며 베고 있는데 글대로 따르면 처음엔 왼발, 그다음엔 왼쪽으로 베는데 오른발이 나가고, 오른쪽으로 베는데 왼발이 나간다. 요보 개념이 없는 건 아니나 그림에서는 순보 즉 베기 방향과 발이 일치하므로, 그림을 정면으로 부정하게 된다. 이는 총도뿐만 아니라 단도법선이나 카게류 같은 관련 사료와도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다. 단도법선에 요보가 없는 것은 아니나 절대 일반적인 단도법의 베기 방식이 아니다.
반대로 그림에 맞춰서 오른발이 나가게 베면, 적을 칼로 찍어서 확인사살하는 동작인 지검진좌를 할때 텍스트에서는 전신 즉 몸을 수평으로 돌리는 것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게 아예 나오지 않는다. 왼발이 나가고 오른발이 다시 나가거나 하는 식으로 발이 바뀌야만 확고하게 몸이 수평으로 움직이는데, 오른발 앞에 있는데 다시 오른발 앞의 자세를 취하면 몸이 돌 수가 없다. 그렇다고 왼발이 앞에 나가게 베면 그림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런식으로 한가지 단어를 엄격하게 따르면 다른 단어와 충돌한다.
그뿐만 아니라 동래부사순절도나 무예제보번역속집 왜검보를 보면 향상방적세가 좌우 두가지인데, 원조인 장도 투로에서 없었겠느냐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족과 보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반대쪽 향상방적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이것이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막상 텍스트가 거의 안변하고 단 한번도 군영에서 전수가 끊어진 적도 없는 쌍수도 총도(단 효종대 병조판서 김좌명이 무예가들과 함께 1차 변개, 사도세자가 무예신보에서 2차 변개시킨 바 있다)에서는 그냥 오른손 향상방적세말고 하나도 없다. 그냥 도장찍기로 그린 것도 아니고 전부다 하나하나 따로 그린것이고, 향좌방적세는 투로에 따른 오른발/왼발 차이까지 다 세세하게 따로 그렸는데, 향상방적세만 좌우가 없다? 그럼 그냥 없는것이다.
이미 1년 전에도 이런 정황을 파악하고 조선군사무술사료는 생각보다 단어의 구분이 민간무술처럼 엄격하거나 세세하지 않고 좀 두리뭉실 대충대충이라는 결론을 내렸었는데, 뭔가 의심스러워서 쭉 둘러봤더니 처음에는 과연 내가 놓친 게 있구나 싶다가 다른 사료들과 비교해보니 그냥 역시 그럼 그렇지였다.
무예도보통지는 그뿐만 아니라 왜검교전도 삽화 배치가 엉망진창이도, 등패는 삽화가 뒤바뀌고, 왜검 류피류도 수검정립 부분에 중단 비슷한 자세를 배치해놔서 사람들이 수검정립이 중단인줄 알고 있게 만들어놨는데, 이걸 은근슬쩍 총도에서 그 팔굽힌 중단 같은 자세는 천유류 마지막에 배치해놨다. 본국검은 진전격적이라는 단어가 본문에서 나와 뭔가 다른 공격이 있는가보다 했다가도, 총도에선 진전살적이라고 제대로 수정해놨다.
본문에선 생각보다 실수 많이 하고, 총보-총도에서 카바치는게 바로 무예도보통지의 특징 중 하나다. 아니 이건 무예제보번역속집에서도 있던 유구한 전통인데, 왜검보 본문 한자에선 진전살적이라고 하더니 언해본에서는 향전격적이라고 써놓음으로써 본문에서 잘못 쓴거 은근슬쩍 카바쳐놨다(....) 좌방적 우방적에서 들어가는 베기인데 당연히 향전격적이 맞다.
사료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무술뿐만 아니라 학술 연구의 1차 전제이며, 사료와 유물은 사료와 유물로만 깨부술 수 있지만, 당사자가 대충 써놓으면 또 지나치게 세세한 것까지 신뢰하면 피를 보게 된다. 조선군사무술사료는 딱 그런 종류다.
그에 비해 글은 특정 동작이나 자세 등을 설명하는 고유단어만 명확해지만 확실하게 동작들을 구현해 낼 수 있기 때문에 우선시된다.
문제는 그렇다고 그림을 무시할 순 없다는 것. 이를테면 리히테나워 계열 문서에서 존오트를 나타내는 그림들 중 많은 것들이 쌩뚱맞게 바이콘 자세를 하고 얼굴을 노리고 있는데, 이 경우 텍스트와 전혀 맞지 않는다. 존하우를 치고 칼이 엮인 상태에서 바로 가슴이나 얼굴을 찌르라고 하니 랑오트가 더 맞기 때문인데,

이렇게 쌩뚱맞은 그림들이 많고, 원전보다는 베껴 그린 후대의 그림들은 점점 묘사가 산으로 갈 때도 있다.

코덱스 발러슈타인 그림 따라그린게 보통 그런데
사실 이쯤되면 그림을 무시할 만 하겠다 싶지만 검리를 이해하고 나면 저게 무슨 장면인지 다 이해가 간다. 가령 앞서 언급한 바이콘으로 얼굴 찌르는 장면은 상대가 존하우를 높게 멈춰서 가슴찌르기를 완전 봉쇄한 경우인데, 존오트 카타 교육중 본능적으로 이렇게 방어하려는 사람이 거의 90%이상이었고, 그때 엮었을때 얼굴을 찌르려면 바이콘 말곤 방법이 없다.
피오레처럼 그냥 길게 뻗어서 얼굴을 찌르는게 아니라, 뻗어서 가슴을 찌르고 바이콘으로 얼굴을 찌르는게 글에서는 안나오는 특징인 것이다.

다른 그림도 마찬가지였다. 양쪽에서의 크럼프하우는 숫제 한쪽은 내려칠 준비 한쪽은 뒤로 거꾸로 세운 기괴한 자세이지만 사실은 서로 베기가 지나가는 중간 장면인 것,

그외에 둘다 옥스 하고 있는 기괴한 장면도 쉴러를 크럼프로 쳐내고 팔을 쉴러로 때린 상황이다.
이쯤되면 그림은 글이 표현해주지 못하는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알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빠지는 함정이 그림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텍스트를 무시하고, 검리의 이해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뇌피셜로 사이사이의 동작을 집어넣다 보니 결과물에서 아주 멀어지는 것.
아마 복원무술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면 진짜 과거의 것을 100%재현했다고 주장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사료 근거는 10%도 안하고 90%이상이 뇌피셜, 민족주의, 타류 갖다붙이기로 범벅되어있으며 당연히 스파링에서는 붙는 족족 털려나가는 것을 봐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다른 것들은 어느정도는 글과 그림이 맞거나 달라도 그림이 글을 보조하는 방식인데 조선무술사료는 다른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민간무술의 경우 단어 하나하나가 특정 동작을 의미하므로 굉장히 엄격하게 구분해서 쓰는데, 민간무술의 관점으로 조선군사무술사료를 접근하면 여기서부터 탈이 난다. 족과 보의 용례가 엄격할 것이라 생각하고 접근하면 총도의 절반이 무너지고, 다른 지시어와도 충돌이 생긴다.
가령 족은 앞발이 그대로 앞으로 가는 것, 보는 뒷발이 앞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여기면, 쌍수도 첫번째 투로 향전격적 중간-좌-우를 예로 들 경우 분명히 그림에서는 오른발-왼발-오른발 순으로 나가며 베고 있는데 글대로 따르면 처음엔 왼발, 그다음엔 왼쪽으로 베는데 오른발이 나가고, 오른쪽으로 베는데 왼발이 나간다. 요보 개념이 없는 건 아니나 그림에서는 순보 즉 베기 방향과 발이 일치하므로, 그림을 정면으로 부정하게 된다. 이는 총도뿐만 아니라 단도법선이나 카게류 같은 관련 사료와도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다. 단도법선에 요보가 없는 것은 아니나 절대 일반적인 단도법의 베기 방식이 아니다.
반대로 그림에 맞춰서 오른발이 나가게 베면, 적을 칼로 찍어서 확인사살하는 동작인 지검진좌를 할때 텍스트에서는 전신 즉 몸을 수평으로 돌리는 것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게 아예 나오지 않는다. 왼발이 나가고 오른발이 다시 나가거나 하는 식으로 발이 바뀌야만 확고하게 몸이 수평으로 움직이는데, 오른발 앞에 있는데 다시 오른발 앞의 자세를 취하면 몸이 돌 수가 없다. 그렇다고 왼발이 앞에 나가게 베면 그림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런식으로 한가지 단어를 엄격하게 따르면 다른 단어와 충돌한다.
그뿐만 아니라 동래부사순절도나 무예제보번역속집 왜검보를 보면 향상방적세가 좌우 두가지인데, 원조인 장도 투로에서 없었겠느냐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족과 보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반대쪽 향상방적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이것이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막상 텍스트가 거의 안변하고 단 한번도 군영에서 전수가 끊어진 적도 없는 쌍수도 총도(단 효종대 병조판서 김좌명이 무예가들과 함께 1차 변개, 사도세자가 무예신보에서 2차 변개시킨 바 있다)에서는 그냥 오른손 향상방적세말고 하나도 없다. 그냥 도장찍기로 그린 것도 아니고 전부다 하나하나 따로 그린것이고, 향좌방적세는 투로에 따른 오른발/왼발 차이까지 다 세세하게 따로 그렸는데, 향상방적세만 좌우가 없다? 그럼 그냥 없는것이다.
이미 1년 전에도 이런 정황을 파악하고 조선군사무술사료는 생각보다 단어의 구분이 민간무술처럼 엄격하거나 세세하지 않고 좀 두리뭉실 대충대충이라는 결론을 내렸었는데, 뭔가 의심스러워서 쭉 둘러봤더니 처음에는 과연 내가 놓친 게 있구나 싶다가 다른 사료들과 비교해보니 그냥 역시 그럼 그렇지였다.
무예도보통지는 그뿐만 아니라 왜검교전도 삽화 배치가 엉망진창이도, 등패는 삽화가 뒤바뀌고, 왜검 류피류도 수검정립 부분에 중단 비슷한 자세를 배치해놔서 사람들이 수검정립이 중단인줄 알고 있게 만들어놨는데, 이걸 은근슬쩍 총도에서 그 팔굽힌 중단 같은 자세는 천유류 마지막에 배치해놨다. 본국검은 진전격적이라는 단어가 본문에서 나와 뭔가 다른 공격이 있는가보다 했다가도, 총도에선 진전살적이라고 제대로 수정해놨다.
본문에선 생각보다 실수 많이 하고, 총보-총도에서 카바치는게 바로 무예도보통지의 특징 중 하나다. 아니 이건 무예제보번역속집에서도 있던 유구한 전통인데, 왜검보 본문 한자에선 진전살적이라고 하더니 언해본에서는 향전격적이라고 써놓음으로써 본문에서 잘못 쓴거 은근슬쩍 카바쳐놨다(....) 좌방적 우방적에서 들어가는 베기인데 당연히 향전격적이 맞다.
사료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무술뿐만 아니라 학술 연구의 1차 전제이며, 사료와 유물은 사료와 유물로만 깨부술 수 있지만, 당사자가 대충 써놓으면 또 지나치게 세세한 것까지 신뢰하면 피를 보게 된다. 조선군사무술사료는 딱 그런 종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