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우리집에서는 괴이한 분위기가 감돌았는데, 김추자는 장난을 그만두었고 김 아무개는 반쯤 쭉정이 같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김 아무개의 패배의 충격 탓에 뭐 그러려니 하는데 김추자는 왜 그러는지, 그래서 하루는 김추자에게 직빵으로 이유를 물어보았는데 그 전개는 다음과 같았다.
"왜 그리 얼굴이 썩창이요?"
"섯찬? 그게 뭐죠?"
아차.. 무의식중에 <썩창>이라는 코리안 전문용어를 사용하고 말았다. 그래서 썩어문드러져 고름과 구더기가 창궐한 상처를 의미한다고 하니 한숨을 푹 쉬고는 오른손을 내밀더니 나의 가오다시용 가짜 콧수염을 쥐어서 확 뜯어버렸다.
"누오옷!!"
"말도 참 아름답네요. 여자한테 썻찬이 뭐에요? 그리고 내가 내 얼굴 가지고 표정도 맘대로 못 지어요? 도대체 뭐라고 그렇게 내 얼굴 근육의 움직임에까지 관심이 많은 거죠? 봉행씨가 대체 뭐라도 되길래? 프랜즈? 패밀리? C...I...A?!"
계속해서 투덜거리다가 빼앗은 가짜 콧수염을 내 이마에 붙이고는 그게 웃긴지 피식 하려더니 갑자기 한숨을 또 푹 쉬고는 도로 심각해진다.
"됐어요. 상관 말아요. 신경쓰지 말이요."
그리고는 도로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궈버렸으니, 분위기 전환을 시도할 방도가 없다.
김 아무개의 경우, 원래는 삼양라면 클래식에 이것저것 넣어 먹는 것을 좋아했지만 요즘 들어 스팸을 잘라다 전자렌지에 돌려서 먹기 시작했다. 그것과는 별개로 밥 먹으면서도 뭔가 생각하는 듯 하다가 한숨을 쉬는 빈도가 늘어났다. 그러면서 자른 스팸을 젓가락으로 꽃아올려서는 으적으적 씹으면서 턱을 괴고 있는데, 갑자기 스팸을 빙글 돌려서 기름이 튀는 경우도 있었다. 눈동자는 45도 우상방을 향하고 있었는데, 눈동자가 갑자기 홱 돌면서 나를 주시하더니 스팸을 씹으면서 내가 왜 졌냐고 물어왔다.
"살다 보면 질 때도 있는 거지. 넌 김추자랑 붙어도 가끔 지잖아?"
갑자기 정색을 빨면서 젓가락을 내려놓으려다가 도로 스팸을 입에 다 집어넣어버린 다음 다시 눈동자를 45도 우상방으로 향하며 성질을 스팸에 푸는 양 어그적어그적 씹어대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피꺼솟하기 마련인 우리 아무개다만 자포자기하는 스타일로 진정하는 걸 보면 요즘 들어 심리적인 변화가 크게 있는 것은 분명했다.
"담가놔. 설거지 있다 할거야." 하면서 일어서는 김 아무개. 나도 마침 다 먹었으므로 씽크대에 그릇들을 집어넣고 물을 부어놨는데, 정수기에서 컵에 물 담아 마시다 창문 너머를 바라보는 김 아무개의 옆얼굴은 마치 애처로운 소녀의 그것이다. 약 5초간 그러고 있더니 뜨거운 물과 찬물을 섞어서 미지근하게 만들고는 다시 마시면서 몸을 이쪽으로 돌렸는데, 나와 눈이 마주쳤다. 반쯤 남은 물을 씽크대에 부어버리고는 툭툭 털고 다시 정수기에 올려놓고는 가만히 생각하는 것 같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서 내 눈과 시선을 맞추더니 도로 눈매가 사나워진다.
"혹시 나한테 검술이라고 순 엉터리 가르친거 아냐?"
"근거가 뭐냐?"
"안그럼 내가 왜 지는데?"
"훗... 요시노부가 달려들면 투스텝 뒤로 빠지면서 스탑 스러스트를 하면 되는 거 아냐?"
"그게 맘대로 돼?!"
"너는 기세에 눌려서 얼어버렸드만. 내가 가르친 대로도 교범에 쓰여진 대로도 시키는 대로 하지도 않았으면서 뭘 사이비 타령이냐?"
눈매에 힘이 풀리더니 눈동자가 복잡하게 떨리면서 시선을 아래로 떨구더니 다시 어깨가 축 늘어져서는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아니 아무개의 방은 원래 우리집 안방인데 아무개가 먹어버렸지..
다음날 대치동 누님이 우리 집으로 왔는데, 역시 여성력이 출중하신 분 답게 김 아무개의 머리카락이 제대로 정돈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김 아무개도 누님한테는 살갑게 대하는 편이라 곧 누님이 머리를 빗겨주는 것에 반항않고 몸을 내맡겼다. 머리를 빗겨주는 것이 기분이 좋은 듯 하다.
사실 머릿결이 흐트러진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김추자가 요즘 머리를 빗겨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치동 누님도 대충 그런 것은 눈치챈 듯 했지만, 모른 척 머리를 빗겨주면서 은근히 아무개를 떠 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예뻐졌는데.. 아무리 머릿결이 좋아도 관리 안해주면 멋진 남자를 만날 수 없어."
"난 남자 필요없어. 그냥 이렇게 살거야."
"흐음.. 그래? 좋아하는 서방님이라도 생겼나?"
"왜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해?!"
발끈하면서 뒤를 돌아보려는 아무개의 관자놀이를 붙들고 제지하는 누님, 아무개도 금방 성질을 죽이고 다시 앞만 보고 있다.
"쯧쯧! 머리결 흐트러져. 한번 망가지면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으...."
누님도 더이상 떠보지는 않는다. 대충 아무개의 상황을 파악한 것 같다. 아무개도 별 저항 없이 빗겨주는 대로 그냥 앉아만 있다.
나중에 누님이 상황 설명을 요구하길래 이러저러해서 저러저러해서 김 아무개가 칼싸움에서 지고 이러이러한 썸씽이 있었다고 말해주는 말을 들으면서 누님의 얼굴에 미소가 점점 번져가고 표정이 점점 밝아진다. 내가 괜히 말했나 싶어서 후회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할 때쯤 누님이 양손을 맞잡으면서 좋아 죽기 시작했다.
"어머나~ 이게 왠 로맨스야? 데헤헷..."
마침 김추자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배가 고픈지 오뎅집이라고 갈 심산인 듯 했다. 김추자도 대치동 누님을 보자 반가워 했지만 누님이 요시노부 이야기를 꺼내자 표정은 미소를 유지하려고 하나 썩창 고름내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감정이 얼굴에 비춰지려다 말려다 하기 시작했다. 존재하지도 않는 친구와의 약속 운운하며 급하게 나가는 김추자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누님은 쾅 소리가 나며 문이 닫히고 자동 자물쇠가 삐리릭 소리를 내면서 잠기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끼고는 손가락으로 팔뚝을 툭툭툭툭 두드렸다.
내가 타심통으로 살펴보건데, 대치동 누님은 여자는 여자답기를 바라는 스타일로, 그 여자다움 중에는 서방님 빨리 맞이하기도 하나의 요소로 들어있었다. 이 누님이 생각하는 건 그러니까 한마디로, 요시노부와 아무개를 이어주려고 하는 거다. 안봐도 비디오지. 그런데 김추자의 반응을 보니 뭔가 재미있는 각본이 생각난 듯 했다. 이 아줌마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
"따라가 봐야겠네. 우리 그이한테는 김추자씨랑 오뎅 먹고 온다고 해~"
말릴 틈도 없이 눈길에 쓰레빠만 신고 튀어나가 버렸다. 10분 후 문이 기운차게 열리면서 대치동 김씨가 들이닥쳤다.
"우리 사랑스런 조카야 삼촌이 왔다! 나라팔아먹은 군국주의 돼지는 어디로 갔느냐?"
김 아무개는 자는지 뭐하는건지 대답이 없고, 반응이 없자 잠시 얼어버린 대치동 김씨 앞으로 나만 나와서는 긴급 대책회의를 종용했다.
"김형님. 아무래도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듯 한데요..."
"뭐? 사채?"
"아뇨 우리의 러브리 조카에게 마수가..."
"뭐 씹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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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42화 사랑의 김 아무개(4) 죽은 방사능이 좋은 방사능
언젠가 씁니다.
tag : 팬픽, 다크판타지, 전습대
"왜 그리 얼굴이 썩창이요?"
"섯찬? 그게 뭐죠?"
아차.. 무의식중에 <썩창>이라는 코리안 전문용어를 사용하고 말았다. 그래서 썩어문드러져 고름과 구더기가 창궐한 상처를 의미한다고 하니 한숨을 푹 쉬고는 오른손을 내밀더니 나의 가오다시용 가짜 콧수염을 쥐어서 확 뜯어버렸다.
"누오옷!!"
"말도 참 아름답네요. 여자한테 썻찬이 뭐에요? 그리고 내가 내 얼굴 가지고 표정도 맘대로 못 지어요? 도대체 뭐라고 그렇게 내 얼굴 근육의 움직임에까지 관심이 많은 거죠? 봉행씨가 대체 뭐라도 되길래? 프랜즈? 패밀리? C...I...A?!"
계속해서 투덜거리다가 빼앗은 가짜 콧수염을 내 이마에 붙이고는 그게 웃긴지 피식 하려더니 갑자기 한숨을 또 푹 쉬고는 도로 심각해진다.
"됐어요. 상관 말아요. 신경쓰지 말이요."
그리고는 도로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궈버렸으니, 분위기 전환을 시도할 방도가 없다.
김 아무개의 경우, 원래는 삼양라면 클래식에 이것저것 넣어 먹는 것을 좋아했지만 요즘 들어 스팸을 잘라다 전자렌지에 돌려서 먹기 시작했다. 그것과는 별개로 밥 먹으면서도 뭔가 생각하는 듯 하다가 한숨을 쉬는 빈도가 늘어났다. 그러면서 자른 스팸을 젓가락으로 꽃아올려서는 으적으적 씹으면서 턱을 괴고 있는데, 갑자기 스팸을 빙글 돌려서 기름이 튀는 경우도 있었다. 눈동자는 45도 우상방을 향하고 있었는데, 눈동자가 갑자기 홱 돌면서 나를 주시하더니 스팸을 씹으면서 내가 왜 졌냐고 물어왔다.
"살다 보면 질 때도 있는 거지. 넌 김추자랑 붙어도 가끔 지잖아?"
갑자기 정색을 빨면서 젓가락을 내려놓으려다가 도로 스팸을 입에 다 집어넣어버린 다음 다시 눈동자를 45도 우상방으로 향하며 성질을 스팸에 푸는 양 어그적어그적 씹어대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피꺼솟하기 마련인 우리 아무개다만 자포자기하는 스타일로 진정하는 걸 보면 요즘 들어 심리적인 변화가 크게 있는 것은 분명했다.
"담가놔. 설거지 있다 할거야." 하면서 일어서는 김 아무개. 나도 마침 다 먹었으므로 씽크대에 그릇들을 집어넣고 물을 부어놨는데, 정수기에서 컵에 물 담아 마시다 창문 너머를 바라보는 김 아무개의 옆얼굴은 마치 애처로운 소녀의 그것이다. 약 5초간 그러고 있더니 뜨거운 물과 찬물을 섞어서 미지근하게 만들고는 다시 마시면서 몸을 이쪽으로 돌렸는데, 나와 눈이 마주쳤다. 반쯤 남은 물을 씽크대에 부어버리고는 툭툭 털고 다시 정수기에 올려놓고는 가만히 생각하는 것 같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서 내 눈과 시선을 맞추더니 도로 눈매가 사나워진다.
"혹시 나한테 검술이라고 순 엉터리 가르친거 아냐?"
"근거가 뭐냐?"
"안그럼 내가 왜 지는데?"
"훗... 요시노부가 달려들면 투스텝 뒤로 빠지면서 스탑 스러스트를 하면 되는 거 아냐?"
"그게 맘대로 돼?!"
"너는 기세에 눌려서 얼어버렸드만. 내가 가르친 대로도 교범에 쓰여진 대로도 시키는 대로 하지도 않았으면서 뭘 사이비 타령이냐?"
눈매에 힘이 풀리더니 눈동자가 복잡하게 떨리면서 시선을 아래로 떨구더니 다시 어깨가 축 늘어져서는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아니 아무개의 방은 원래 우리집 안방인데 아무개가 먹어버렸지..
다음날 대치동 누님이 우리 집으로 왔는데, 역시 여성력이 출중하신 분 답게 김 아무개의 머리카락이 제대로 정돈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김 아무개도 누님한테는 살갑게 대하는 편이라 곧 누님이 머리를 빗겨주는 것에 반항않고 몸을 내맡겼다. 머리를 빗겨주는 것이 기분이 좋은 듯 하다.
사실 머릿결이 흐트러진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김추자가 요즘 머리를 빗겨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치동 누님도 대충 그런 것은 눈치챈 듯 했지만, 모른 척 머리를 빗겨주면서 은근히 아무개를 떠 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예뻐졌는데.. 아무리 머릿결이 좋아도 관리 안해주면 멋진 남자를 만날 수 없어."
"난 남자 필요없어. 그냥 이렇게 살거야."
"흐음.. 그래? 좋아하는 서방님이라도 생겼나?"
"왜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해?!"
발끈하면서 뒤를 돌아보려는 아무개의 관자놀이를 붙들고 제지하는 누님, 아무개도 금방 성질을 죽이고 다시 앞만 보고 있다.
"쯧쯧! 머리결 흐트러져. 한번 망가지면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으...."
누님도 더이상 떠보지는 않는다. 대충 아무개의 상황을 파악한 것 같다. 아무개도 별 저항 없이 빗겨주는 대로 그냥 앉아만 있다.
나중에 누님이 상황 설명을 요구하길래 이러저러해서 저러저러해서 김 아무개가 칼싸움에서 지고 이러이러한 썸씽이 있었다고 말해주는 말을 들으면서 누님의 얼굴에 미소가 점점 번져가고 표정이 점점 밝아진다. 내가 괜히 말했나 싶어서 후회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할 때쯤 누님이 양손을 맞잡으면서 좋아 죽기 시작했다.
"어머나~ 이게 왠 로맨스야? 데헤헷..."
마침 김추자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배가 고픈지 오뎅집이라고 갈 심산인 듯 했다. 김추자도 대치동 누님을 보자 반가워 했지만 누님이 요시노부 이야기를 꺼내자 표정은 미소를 유지하려고 하나 썩창 고름내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감정이 얼굴에 비춰지려다 말려다 하기 시작했다. 존재하지도 않는 친구와의 약속 운운하며 급하게 나가는 김추자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누님은 쾅 소리가 나며 문이 닫히고 자동 자물쇠가 삐리릭 소리를 내면서 잠기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끼고는 손가락으로 팔뚝을 툭툭툭툭 두드렸다.
내가 타심통으로 살펴보건데, 대치동 누님은 여자는 여자답기를 바라는 스타일로, 그 여자다움 중에는 서방님 빨리 맞이하기도 하나의 요소로 들어있었다. 이 누님이 생각하는 건 그러니까 한마디로, 요시노부와 아무개를 이어주려고 하는 거다. 안봐도 비디오지. 그런데 김추자의 반응을 보니 뭔가 재미있는 각본이 생각난 듯 했다. 이 아줌마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
"따라가 봐야겠네. 우리 그이한테는 김추자씨랑 오뎅 먹고 온다고 해~"
말릴 틈도 없이 눈길에 쓰레빠만 신고 튀어나가 버렸다. 10분 후 문이 기운차게 열리면서 대치동 김씨가 들이닥쳤다.
"우리 사랑스런 조카야 삼촌이 왔다! 나라팔아먹은 군국주의 돼지는 어디로 갔느냐?"
김 아무개는 자는지 뭐하는건지 대답이 없고, 반응이 없자 잠시 얼어버린 대치동 김씨 앞으로 나만 나와서는 긴급 대책회의를 종용했다.
"김형님. 아무래도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듯 한데요..."
"뭐? 사채?"
"아뇨 우리의 러브리 조카에게 마수가..."
"뭐 씹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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