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내가 허구헌날 국회와 검찰을 오가며 썩어문드러지고 있는 한편 바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자네 책임도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해."
당연히 내가 바깥에 나가기는 힘들고, 방법이란 TV와 면회 오는 사람들 뿐이었는데 마침 면회랍시고 나타난 도쿠가와 요시노부는 이와 같은 속뒤집어지는 소리를 하고 있는 판이다.
"작금의 사태에서 내가 위해야만 하는 것은 동북 일본인들의 안위이다. 그대는 너무나도 큰 사태를 유도하고 만 거야."
"일본정부가 적절히 힘을 써준다니 다행인 듯 합니다만, 그러나 이제 와서 저에게 책임을 모두 지고 불나방을 자처하라 하심은 참으로 참담한 일...."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가 사태를 극단적으로 이끌고 간 것도 사실이고, 기세 좋게 요시노부한테 전습대의 실소유주는 나이니 내가 요시노부를 폭압적으로 몰아붙이고 독재적으로 행동했다고 말하라고 한 것도 나인 만큼 뭐 할 말이 없다. 요시노부는 청문회나 검찰 조사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나오고 있었는데,
아니 그래도 좀 두둔하는 맛이 있어야지 나오면 하는 말이면 말, 서류면 서류 할것 없이 <전습대의 실제 지휘관인 내가 도쿠가와 요시노부의 평화적인 사태 해결 명령을 권력으로 깔아뭉개고 병력을 동원하여 마치 청황제를 겁박하는 북양군벌의 원새개처럼 굴었으며 자신은 외국인 출신으로써 대내외적인 조화로운 이민을 원했으나 군사력의 힘에 취한 내가 마치 제3세계 군사 쿠테타적인 행동을 반복했다>고 말하는 데에는 이미 좌심방과 우심실이 병합되고 허파꽈리가 일제히 폭발하는 사태에 이를 지경이었다.
여원홍도 다를 게 별로 없었다. 애초에 여원홍은 전습대 사채 잘못 썼다가 고등군사교육을 받은 장교급 인원이 필요했던 전습대 사정에 의해 억지로 끌려와서 강제로 총참모에 취임한 몸. 그다지 호의적일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전습대도 소멸한 지금에 와서는 역시 말하는 꼴이 가관이다.
자신은 결코 전습대의 인종차별적 행태에 공감한 것이 아니며 경찰의 묵인하에 치안 유지를 빙자한 무차별적인 나의 월권 행위에 맞서 중국인들을 지키기 위해 간부 제의를 받아들인 것이고 전습대의 중국인 과잉진압을 줄여보려 노력하였으나 역시 원세개를 방불케 하는 나의 월권에 이도저도 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크... 중일 더블통수에 내가 살 수가 없구나..
"자네의 심정 알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그(여원홍)이나 나나 각자 안산의 중국과 일본인 이민자를 대표하는 몸, 작은 의리를 생각하여 그와 내가 신변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헌병경찰 치하에서 이민자들이 어떠한 폭압에 노출될 지 알 수 없는 몸이야. 그대가 큰일이 되지 않도록 그림자에서 도움을 다하고 있으니, 부디 큰 의리를 생각해주게."
이렇게 말하는 요시노부지만, 아직까지 변호인단 구성은 커녕 고의적으로 사보타지를 일삼는 국선변호사만 알짱거리는 통에 빡쳐서 나는 변호사도 거부하고 직접 서면 작성을 책보면서 해 나가는 입장. 도저히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제 됐습니다! 일본정부니 그림자에서의 조력이니 말은 좋으나 아직까지 저를 대량살인마 보듯 깔보는 국선변호사 놈 말고는 도움의 코빼기도 본 적이 없소이다. 정의와 동맹한 심정으로 총특공에 임한 수고로움을 치하는 못할 망정, 아니 하다못해 체면을 세워주기는 해야 하지 않습니까? 얼마든지 그러면서도 공이나 총참모의 입장을 표명할 수 있었을 터, 이 저를 단기서 풍국장 같은 놈처럼 매도하실 줄은 참으로 언어도단,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이것이 동국 겐지의 동량의 후손이라는 자가 사람을 다루는 방식입니까? 도움이니 뭐니 집어치우고 우리가 살기 위해 너를 산제물로 바치겠다, 심장을 뽑아 먹고 시체는 아즈텍 백성들에게 나누어줄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하십시오!!"
일어서서는 눈을 부라리면서 손가락질을 하는 와중에도 요시노부는 시선을 피하며 다른 데만 보고 있었다.
"흠....."
나즈막히 한숨을 쉬면서 복잡하게 눈동자를 굴리던 요시노부는 내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 아이와는... 그녀가 졸업하는 대로 식을 올릴 생각일세. 허락해 줄 수..."
김 아무개 이야기다.
"제가 그애 애비도 아닌데 무슨 허락을 맡고 그러십니까? 어차피 자기가 좋아한다는데 같이 살던지 혼인을 하던지 내 알 바가 아닙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소리를 치고는 팔을 높이 휘두르면서 돌아섰다. 더이상 요시노부의 면상을 봤다간 어떤 패륜의 폭언이 튀어나올지 몰라서였다. 요시노부와 여원홍 둘다 나를 악당으로 매도하기에 정신이 없다. 덕분에 진보당과 민주당은 물 만난 고기가 되어 날뛰고 내가 겨우 싾아놓은 자기정당화의 공든탑은 존재했던 흔적조차 없어질 지경이다. 거기에 한때나마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키워 왔던 김 아무개조차 이제는 정식으로 뺏어간다라. 나는 아직 결혼도 안했고 애를 키워본 적은 더더욱 없었는데 왜 어디서 나온지 모를 천둥벌거숭이에게 수십년 공들인 딸자식을 뺏기는 심정을 맛봐야 한단 말인가?
내 인생이 왜 이모양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면서 눈물까지 한두방울 넘쳐흐르는 걸 겨우 참아냈다.
"내가 이래서 그 애를 데려오지 않은 거야. 그 애는 매일 매일 자네 걱정에 날을 새우는데, 왜 자네는 버린 자식 취급하면서 그렇게 말을 하나?"
".........이렇게 된 이상 제가 직접 변호사를 사기라도 해야겠습니다. 전습대 자금을 가용 가능하게 해주십쇼."
돌아서서 벽만 보고 있었으므로 요시노부의 표정을 알 길이 없었다.
"그건... 전습대 자금은 여원홍과 나의 지주회사로 다 넘어간 상황이고, 잔여 자금은 압류당해서 가용할 자금이 없는..."
"후..."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결국 나를 위해 쓸 돈은 없다는 말이군...
"자네는..."
요시노부의 하대하는 말투가 이어지자 폭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닥쳐 요시노부! 너 나이가 스물 여덟인가 아홉인가 했었지! 나이도 어린놈의 새끼가 아직도 가신질 소꿉놀이 하는 줄 아나! 전습대고 나발이고 이제 다 끝났겠다, 전습대로 벌어놓은 돈도 다 주머니에 처넣고 수익은 그대로 낼 테니 아주 좋으시겠군. 하던대로 그냥 산제물로 바치면 될 거 아니야, 안그런가!"
요시노부는 갑작스런 반말과 폭언에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봐..."
"꺼져! 꺼지라구!"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면회실의 교도관이 일어섰고 허리춤에 손을 갖다댔다. 요시노부는 고개를 숙이고 복잡하고 참담한 표정으로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눈을 질끈 감고는 일어섰다.
"다시 오겠네..."
"빨리 꺼져."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로 손가락을 출입문을 향해 가리키고 있는 나를 외면하면서 요시노부는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나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는 정말로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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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92화 구원의 김추자
언젠가 씁니다.
tag : 팬픽, 다크판타지, 전습대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자네 책임도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해."
당연히 내가 바깥에 나가기는 힘들고, 방법이란 TV와 면회 오는 사람들 뿐이었는데 마침 면회랍시고 나타난 도쿠가와 요시노부는 이와 같은 속뒤집어지는 소리를 하고 있는 판이다.
"작금의 사태에서 내가 위해야만 하는 것은 동북 일본인들의 안위이다. 그대는 너무나도 큰 사태를 유도하고 만 거야."
"일본정부가 적절히 힘을 써준다니 다행인 듯 합니다만, 그러나 이제 와서 저에게 책임을 모두 지고 불나방을 자처하라 하심은 참으로 참담한 일...."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가 사태를 극단적으로 이끌고 간 것도 사실이고, 기세 좋게 요시노부한테 전습대의 실소유주는 나이니 내가 요시노부를 폭압적으로 몰아붙이고 독재적으로 행동했다고 말하라고 한 것도 나인 만큼 뭐 할 말이 없다. 요시노부는 청문회나 검찰 조사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나오고 있었는데,
아니 그래도 좀 두둔하는 맛이 있어야지 나오면 하는 말이면 말, 서류면 서류 할것 없이 <전습대의 실제 지휘관인 내가 도쿠가와 요시노부의 평화적인 사태 해결 명령을 권력으로 깔아뭉개고 병력을 동원하여 마치 청황제를 겁박하는 북양군벌의 원새개처럼 굴었으며 자신은 외국인 출신으로써 대내외적인 조화로운 이민을 원했으나 군사력의 힘에 취한 내가 마치 제3세계 군사 쿠테타적인 행동을 반복했다>고 말하는 데에는 이미 좌심방과 우심실이 병합되고 허파꽈리가 일제히 폭발하는 사태에 이를 지경이었다.
여원홍도 다를 게 별로 없었다. 애초에 여원홍은 전습대 사채 잘못 썼다가 고등군사교육을 받은 장교급 인원이 필요했던 전습대 사정에 의해 억지로 끌려와서 강제로 총참모에 취임한 몸. 그다지 호의적일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전습대도 소멸한 지금에 와서는 역시 말하는 꼴이 가관이다.
자신은 결코 전습대의 인종차별적 행태에 공감한 것이 아니며 경찰의 묵인하에 치안 유지를 빙자한 무차별적인 나의 월권 행위에 맞서 중국인들을 지키기 위해 간부 제의를 받아들인 것이고 전습대의 중국인 과잉진압을 줄여보려 노력하였으나 역시 원세개를 방불케 하는 나의 월권에 이도저도 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크... 중일 더블통수에 내가 살 수가 없구나..
"자네의 심정 알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그(여원홍)이나 나나 각자 안산의 중국과 일본인 이민자를 대표하는 몸, 작은 의리를 생각하여 그와 내가 신변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헌병경찰 치하에서 이민자들이 어떠한 폭압에 노출될 지 알 수 없는 몸이야. 그대가 큰일이 되지 않도록 그림자에서 도움을 다하고 있으니, 부디 큰 의리를 생각해주게."
이렇게 말하는 요시노부지만, 아직까지 변호인단 구성은 커녕 고의적으로 사보타지를 일삼는 국선변호사만 알짱거리는 통에 빡쳐서 나는 변호사도 거부하고 직접 서면 작성을 책보면서 해 나가는 입장. 도저히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제 됐습니다! 일본정부니 그림자에서의 조력이니 말은 좋으나 아직까지 저를 대량살인마 보듯 깔보는 국선변호사 놈 말고는 도움의 코빼기도 본 적이 없소이다. 정의와 동맹한 심정으로 총특공에 임한 수고로움을 치하는 못할 망정, 아니 하다못해 체면을 세워주기는 해야 하지 않습니까? 얼마든지 그러면서도 공이나 총참모의 입장을 표명할 수 있었을 터, 이 저를 단기서 풍국장 같은 놈처럼 매도하실 줄은 참으로 언어도단,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이것이 동국 겐지의 동량의 후손이라는 자가 사람을 다루는 방식입니까? 도움이니 뭐니 집어치우고 우리가 살기 위해 너를 산제물로 바치겠다, 심장을 뽑아 먹고 시체는 아즈텍 백성들에게 나누어줄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하십시오!!"
일어서서는 눈을 부라리면서 손가락질을 하는 와중에도 요시노부는 시선을 피하며 다른 데만 보고 있었다.
"흠....."
나즈막히 한숨을 쉬면서 복잡하게 눈동자를 굴리던 요시노부는 내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 아이와는... 그녀가 졸업하는 대로 식을 올릴 생각일세. 허락해 줄 수..."
김 아무개 이야기다.
"제가 그애 애비도 아닌데 무슨 허락을 맡고 그러십니까? 어차피 자기가 좋아한다는데 같이 살던지 혼인을 하던지 내 알 바가 아닙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소리를 치고는 팔을 높이 휘두르면서 돌아섰다. 더이상 요시노부의 면상을 봤다간 어떤 패륜의 폭언이 튀어나올지 몰라서였다. 요시노부와 여원홍 둘다 나를 악당으로 매도하기에 정신이 없다. 덕분에 진보당과 민주당은 물 만난 고기가 되어 날뛰고 내가 겨우 싾아놓은 자기정당화의 공든탑은 존재했던 흔적조차 없어질 지경이다. 거기에 한때나마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키워 왔던 김 아무개조차 이제는 정식으로 뺏어간다라. 나는 아직 결혼도 안했고 애를 키워본 적은 더더욱 없었는데 왜 어디서 나온지 모를 천둥벌거숭이에게 수십년 공들인 딸자식을 뺏기는 심정을 맛봐야 한단 말인가?
내 인생이 왜 이모양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면서 눈물까지 한두방울 넘쳐흐르는 걸 겨우 참아냈다.
"내가 이래서 그 애를 데려오지 않은 거야. 그 애는 매일 매일 자네 걱정에 날을 새우는데, 왜 자네는 버린 자식 취급하면서 그렇게 말을 하나?"
".........이렇게 된 이상 제가 직접 변호사를 사기라도 해야겠습니다. 전습대 자금을 가용 가능하게 해주십쇼."
돌아서서 벽만 보고 있었으므로 요시노부의 표정을 알 길이 없었다.
"그건... 전습대 자금은 여원홍과 나의 지주회사로 다 넘어간 상황이고, 잔여 자금은 압류당해서 가용할 자금이 없는..."
"후..."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결국 나를 위해 쓸 돈은 없다는 말이군...
"자네는..."
요시노부의 하대하는 말투가 이어지자 폭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닥쳐 요시노부! 너 나이가 스물 여덟인가 아홉인가 했었지! 나이도 어린놈의 새끼가 아직도 가신질 소꿉놀이 하는 줄 아나! 전습대고 나발이고 이제 다 끝났겠다, 전습대로 벌어놓은 돈도 다 주머니에 처넣고 수익은 그대로 낼 테니 아주 좋으시겠군. 하던대로 그냥 산제물로 바치면 될 거 아니야, 안그런가!"
요시노부는 갑작스런 반말과 폭언에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봐..."
"꺼져! 꺼지라구!"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면회실의 교도관이 일어섰고 허리춤에 손을 갖다댔다. 요시노부는 고개를 숙이고 복잡하고 참담한 표정으로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눈을 질끈 감고는 일어섰다.
"다시 오겠네..."
"빨리 꺼져."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로 손가락을 출입문을 향해 가리키고 있는 나를 외면하면서 요시노부는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나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는 정말로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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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92화 구원의 김추자
언젠가 씁니다.
tag : 팬픽, 다크판타지, 전습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