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 자세무용론(?)에 관하여 (http://zairai.egloos.com/5818510) 에 이런 리플이 달렸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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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맘모스 2014/08/28 00:31 # 삭제 답글
애초에 현시점에서 두명이 칼을 들고 만나서 우연히 싸울 확률이란게 존재를 하나요?
불을 먹는 외계인이랑 물을 쏘는 공룡이 만나면 누가 이기나요 같은
무가치한 가상적 질문인데요.
그냥 자기 편한대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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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거의 0에 수렴하죠. 그런 생각 가진 사람은 당연히 없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장검 전투를 대비해 검술을 수련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현대에서 검술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무술이 그렇지만 이제는 취미생활의 영역이 되었습니다. 우리 ARMA팀의 동기나 목적도 궁극적으로는 르네상스 유럽에서부터 완성되고 전달된 옛 기예를 향유하고, 그 시스템 하에서 연습하고 그럼으로써 상호간의 발전과 동지애를 가지고 보람을 느끼는 것이죠. 누군가는 열정을 해소하기 위해 오고 누군가는 순수한 궁금증으로 오고 누군가는 서로 경쟁하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 이곳에 오는 것이죠.
50~80년대 올드카는 현대 승용차에 비해 아무런 성능적 우위가 없음은 물론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검술을 하는 입장이고, 이 글의 내용도 본질적으로 맘모스씨의 생각처럼 실전우월론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검술을 한다면서 본질적인 시스템에 대한 이해조차 없는 사람들의 시각에 대한 일침일 따름이죠.
옛날로 돌아가서 진지하게 호신의 목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든, 현대에서 취미 삼아 연습하는 것이든 간에 검술 시스템은 제대로 이길 수 있는 검사를 양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전이 있고 없고의 문제를 떠나 박스에 쓰여진 양을 정확하게 지킨 내용물이 들어있어야 하는 것처럼 구매자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입니다.
그런데 검술이라는 패키지를 구매한 사람들에게, 그 본질인 시스템의 향유를 통한 검술의 완성을 제공할 수 없다면 그것은 당연히 의무를 지키지 못한 겁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패키지는 도태되는 것이 맞는 거죠.
거합도처럼 특이한 경우도 있지만 그조차도 전통적인 시스템과 이치를 향유하는 즐거움을 제공하고 거합이 바라는 이상적인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검술이라는 일반적인 시스템을 자처하는데, 제대로 된 검사로 만들어줄수 없을 지언정 실제 검술과는 상이한 엉터리 시각만 증가시킨다면 그것은 당연히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실전 없으니까 신경 끄고 편하게 갑시다." 이런 시각은 굉장히 위험한 겁니다. 일단 실전 없는거 뻔히 아는 사람들한테, 망상을 헤엄치는 니들을 일깨워 준다는 투로 들려서 기분 좇같은건 둘째치고라도 그런 부외자의 어설픈 양비론적 시각은 저질 패키지들의 범람을 초래하기 마련이죠.
나는 월 50만원의 고액을 받고 전설의 북두신검을 가르칠 것인데 일단 30년간 꾸준히 배워야만 대성할 수 있고 중간중간 500만원짜리 다이코묘사이 세미나를 받아야만 파문을 안당한다는 식으로 사기꾼 패키지를 내세워도 사람들은 홀리기 마련입니다. 왜냐 실전이 없는 세상이기 때문에 뭐가 진짜고 가짜이며 뭐가 올바르고 뭐가 개사기인지 구분할 능력 자체가 없기 때문이죠. 아니 실전이 빈번하던 15세기에도 되브링어 같은 마스터들은 자기 문서에서 온갖 사기꾼들에 대해 언급했으니 시대를 막론하고 가짜 패키지와 사기꾼들은 범람하기 마련입니다.
그럼 "편하게 갑시다." 니까 이런 것이 범람하는 걸 비판도 해서는 안되고 대중들에게 올바른 시각을 전달하는 것도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면, 결국 승리하는 건 사기꾼입니다^^ 지금도 해동 같은 저질 시스템에 가짜 기원설을 주장하는, 소비자들을 정면으로 기만하는 사기 상품들이 흥하고 있으니까요. "편하게 갑시다"를 거부한 사람들 덕택에 그 사기가 밝혀질 수 있었던 것이죠.
저질 음식이나 가짜 공산품은 소비자 보호원이라도 찾아가지, 이런 건 어디서 뭘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편하게 갑시다" 여야겠습니까?
애초의 글의 본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흔한 실전드립으로 이해했기에 저런 소리가 나온 것은 알겠으나, 그런 말은 편하게 하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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