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프로는 그동안 검도나 기타 영상을 봤을 때 혼란스럽고 뭐가 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의외로 스파링에서 누가 이겼는지 알기 쉽게 나오기도 하고 박진감도 있어서 투입에 큰 장점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투입해야겠네요. 생각보다 튼튼하기도 하고요. 스파링은 한 라운드가 3인칭 먼저, 1인칭이 다음입니다. 같은 스파링도 옆에서 봤을 때와 앞에서 봤을 때의 차이점을 보시면 더 재미있고, 리히테나워류의 스파링이 어떤 감으로 들어오는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통상 베기 바인딩을 하면 팔뚝으로 어영부영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실건데 마스크 스파링에서 특히 많이 발생합니다. 노마스크로 하면 칼끝이라는 존재가 크게 다가오고 방어에 더 신경을 쓰기 때문에 저렇게 막 들어가는 경우는 바인딩으로 확실히 안전이 확보된 이후에도 와인딩 베기와 찌르기를 통과해서야 비로소 저런 몸이 닿는 근접전 영역으로 들어가는데, 마스크를 쓰면 보다 과감하게 움직입니다. 그렇다고 방어를 등한시하는 건 아닌데, 상대 칼 잡아내고 오프닝 보이면 무작정 달려들고 보는 경향이 생긴다는 거죠.
술먹거나 뽕맞은 자들이 이렇게 공포를 잊고 움직이기 때문에 17세기 영국의 검술 애호가인 조지 실버라는 양반은 이런 이유 때문에 실력도 없으면서 도장만 내는 이탈리아 레이피어 종자들의 실력을 평가하기 위해서 술먹은자, 검술 문외한인데 용감한자, 검술 마스터 3인방과 붙여봐야 한다고 했죠. 실력이 어설픈 자들은 형식에 어설프게 얽매여 있으므로 자기들이 하던 방식대로 상대를 안해주면 아무것도 못하기 때문에 공포를 잊고 과감하게 달려들어 늘어지는 『술먹은자』공격도 강하고 두려움 없이 치고 들어오지만 형식따윈 1g도 없는 『검술을 모르지만 용감한자』그리고 형식과 검리 모든면에서 최고조에 달한 『검술 마스터』와 붙여봐야 한다고 했죠. 하여간 이게 중요한게 아니고,
여하튼간에 이렇게 과감한 상황에서 영상에서 보이는 건 상호 필링으로 방어하는 모습입니다. 칼을 눕히고 상대방의 다른 부분을 치려고 할때 그걸 느끼고 팔로 밀어붙이거나 검을 옯겨가면서 막아제끼다가, 상대방의 움직임을 기다려 상대가 공세를 하는 순간을 느낌으로 포착하여 와인딩으로 대응한다, 말 그대로 안빈든(Anbinden/맞닿기)-블라이벤(Bleiben/기다리기)-푈른(Feolen/느끼기)의 삼단논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근데 더 중요한 건 저기서 어영부영하는게 오래 간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빠져있다는 거죠.
저런 상황에서 소드레슬링, 그러니까 가드나 손잡이로 상대 팔을 꺾거나 짓누르는 기술을 쓰면 통할 것 같지만 절대 안통합니다. 필링의 전문가인 리히테나워류 검객에게는 더더욱요. 그런 기술은 활발하게 손과 검이 움직이는 상황에만 들어가지 강하게 검이나 몸을 붙이고 있으면 설사 90%까지 들어갔더라도 버티면 그냥 대치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런 기술이 대단해 보이지만 왼손을 빼든지 칼을 놔버리든지 하면 그냥 안 통하는거죠.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하프 소딩을 하면 능숙한 와인딩에 당하기 마련입니다. 왼손을 빼서 칼날을 잡고 다시 상대를 공격한다는 3동작은 너무나도 느립니다. 손도 위험하게 노출되고요.
저 상황에서의 특효약은 다른 게 아니라 발길질과 왼손입니다. 한스 탈호퍼가 보여주는 대로 이미 상대가 강하게 달라붙었다면 발로 배를 밀어서 거리를 억지로 벌리면서 베어버릴 수 있고, 피오레가 보여주는 대로
매우 간단함에도 잘 쓰이지 않는 이유는 일단 흙묻은 구둣발로 남의 옷에 발자국을 남긴다는 게 상당히 주저되는 일이기도 하고, 왼손은 와인딩에 중점을 두어서 연습을 거듭하다보니 오히려 초보 시절에는 잘 쓰던 게 안나오기 시작한 경우죠. 넘어트리는 것도 마찬가지 레슬링이나 낙법에 소양이 없으면 풀밭에 떨어져도 크게 다칠 수 있지 않나 하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런 매너 문제들을 주목하고 선을 넘어야만 리히테나워류의 3단계 공방을 스파링에서도 자유자재로 『안전하게』쓸 수 있게 될 겁니다. 올해도 여러 화두가 있지만 2017년 최대의 목표는 바로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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